노원 작가는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틀림없이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 대화란, 작품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것입니다.
그것이 실제 음성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는 아닐지라도. 작가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던지고, 그 생각과 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작품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작품이 나온 이후에도, 작가는 독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 가는 중입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독자 여러분께 던진 질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과연 현재 당신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는 무엇입니까.
보편적 가치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통용되는 공통된 가치나 기준이며. 다수의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라고 합니다. 사전에는 그 예로 생명, 자유, 정직과 신뢰 등을 알려 주고. 반대로 금전적 욕구와 육체적 쾌락 같은 개인적 즐거움은 한시적 가치라고 대비시켜 놓았습니다.
이렇게 가치들을 정의하고 상반되게 분류해 놓은 목적은 따로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행동의 기준으로 권고하기 위함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산다는 것은 다름 아닌 선택의 연속일 뿐임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그 때문에 생활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면, 부디 보편적 가치를 선택하고 보편적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게 좋다고 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습니다.
보편적 가치 역시, ‘다수의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선택하는 가치라는 것입니다.
결국 절대적 선한 가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이 그것을 좌우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봅시다. 우리는 어떤 것을 우선시하며 살고 있을까요.
생명과 자유, 정직과 신뢰일까요.
아니면 금전적 욕구와 쾌락, 거짓과 불신일까요.
과연 지금 우리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잡거나 행동을 결정할 때,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하고 따르는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기존의 보편적 가치와 먼 것들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사회 구성원 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선택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며 지향하고 있는가.
어느새 보편적 가치가,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주의로 전복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소설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악과 범죄’는 여전히 개인의 문제인가.
혹, 사회 전체가 악에 대해 관대하고 범죄에 대해 무관심해진 것은 아닌가.
또한 작가는 냉정하게 묻고 있습니다.
타인의 생명보다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한 끔찍한 범죄가, 악에 물들어 타락한 ‘한 인간’ 혹은 ‘개인’이었다는 스토리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이제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를 옹호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은 아닌지.
더불어 그는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생명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처럼 거대 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일상과 함께했던 친절함과 미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소한 도움의 가치가 사라지고. 타인에 대한 혐오와 분노, 비난과 불신에 사로잡혀 종종걸음치며 살아가는 현실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작품을 읽어가며 각자의 답을 찾아, 작가와 대화를 나눠 보기를 희망합니다.
그와 더불어 작품 속 다른 질문을 찾아, 작가와 더욱 많은 대화를 풍부하게 이어 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