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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출근하겠습니다

운동장으로 출근하겠습니다

  • 이본(보니)
  • |
  • 바른북스
  • |
  • 2025-02-20 출간
  • |
  • 172페이지
  • |
  • 128 X 188mm
  • |
  • ISBN 979117263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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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던 K-직장인 여성들,
해가 지면 회사 옆 운동장으로 다시 출근한다?

카카오 그룹 여성 축구 동호회 ‘팀카카오’로 만난 11명의 저자들은 모두 판교의 IT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개발, 마케팅, 서비스 기획, 사업 기획 등 낮에는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다가, 퇴근 후에는 본업만큼이나 진지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수상한 운동복 차림으로 회사 옆 공원에 있는 운동장으로 다시 출근한다.

일할 땐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한 채 ‘넵!’을 반복하던 그들은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승부욕에 불타올라 본능적으로 소리치고, 포효하고, 환호한다. 어릴 땐 공부만 하는 여자아이라 빛을 볼 기회조차 없었던 운동 재능을 30대가 다 되어 발견하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동료가 관객을 향해 잔망스러운 골 세리머니를 하기도 하고, 팀에서 눈치 보던 만년 막내였지만 동호회에서는 주장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들조차 몰랐던 그들의 진짜 모습을 퇴근 후 운동장에서 비로소 찾는다.


늦은 저녁엔 항상 판교역에서 가장 더러운 모습으로 지하철에 오르곤 했는데, 반듯하지만 지친 직장인이 가득한 지하철 플랫폼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지저분한 우리만이 반짝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사회가 만들어 낸 ‘직장인 여성’이라는 틀에는 하나도 맞지 않는 외형을 하고 구르고 넘어지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우리는 판교역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집단이지만, 하루의 울분을 모두 쏟아내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가장 행복한 집단이기도 했다.
-「수상한 와이프」 중에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도 몰라”
축구에 진심인 프로 과몰입러들

축구에 재미를 느낀 그들은 매주, 많게는 일주일에 5~6번씩도 만나 공을 찬다. 어제저녁 10시에 같이 훈련을 하고 헤어지고서는 다음 날 아침 10시에 만나 레슨을 받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 여자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저녁에 친선 경기를 뛰러 가는 등 지극히 ‘축구 중심적인 일정’으로 소중한 주말을 다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열정 가득 좋은 날만 있으랴. 경기 중 실수한 장면이 떠올라 자책하며 잠 못 이루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날에는 혼자 샤워 부스에서 오열하기도 한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회사 근처 정형외과의 단골손님이 되고, 심하게는 십자인대 파열로 경기 중에 119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한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축구 권태기, 일명 ‘축태기’가 한 번씩은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눈물을 닦고 보호대를 차고 풋살화 끈을 고쳐 맨 뒤 다시 운동장으로 향한다. 그만두기에는 아직 너무 재밌으니까.


우리는 의료인들로부터, 가족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또 자기 자신으로부터, 여러 주변인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필드로 나온다. 아니, 이건 어쩌면 ‘축구함’ 상태를 조종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부상을 당한 이들은 잠깐 축구를 쉬었다가 회복할 기미가 보이면 하나둘씩 캐시템(잠스트의 무릎 보호대, 발목 보호대, 스포츠 테이핑 등)을 장착하고서 경기장에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비축구인들이 던지곤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다. “나도 몰라.”
-「부상 끝, 새로운 출발선으로」 중에서



우리가 판을 키우자!
함께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팀워크,
그리고 땀보다 진한 우정

축구에 대한 열정은 동호회 활동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곳으로 뻗어 나간다. 다른 회사 여자 축구 동호회와 함께 진행하는 정기 리그전, 일명 ‘판교 리그’를 개최해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확장해 가고 있다. 그들이 그랬듯 더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축구를 경험해 봤으면, 일과 가정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봤으면 하는 마음에 판을 스스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열정은 사랑의 모양을 한 채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몸을 부딪히고 같이 땀을 흘리며 가까워진 그들의 우정은 조금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운동장에서 나와 합이 잘 맞던 팀원이 회사에서 만난 좋은 동료이자 사회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가 되기까지. 오늘도 그들이 차는 축구공은 미래로, 그리고 패스를 받아줄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런 말은 왠지 부끄럽고 이상하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의 볼품없는 슈팅과 어설픈 패스도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축구장 안팎에서 서로의 모든 순간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즌의 시작일 뿐이니까.
-「진심과 미숙함을 담은 우리의 그라운드」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퇴근 후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이야기 / 보니

이렇게 내향적인 사람도 팀 스포츠 할 수 있나요? / 제이시
println(“Hello, World! And Kick the BALL”) / 카야
수상한 와이프 / 파인
안녕하세요, 팀카카오 주장입니다 / 보니
잔디 위 거북이 / 그린
취미 부자에게 생긴 새로운 취미 / 제인
골대를 향한 도전, 나를 향한 도전 / 젤다
출석률이 낮은 자, 지갑의 무게를 감당하라 / 샌디
이럴 거면 우리가 돈 모아서 이 풋살장 사자 / 지젤
부상 끝, 새로운 출발선으로 / 엘라
운동장, 모든 순간의 교차점 / 로지

에필로그
모두의 러브레터 / 파인
진심과 미숙함을 담은 우리의 그라운드 / 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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