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
“대한민국 최초 출판 공동체 북코압〈Book-coop〉 제1차 베스트셀러 책 쓰기 작가 모집”
2024년 4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야심차게 작가를 모집한 지 10개월 만에 우리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왔다. 애초에 6명으로 계획했던 작가는 선발을 마치고 나자 12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지원자도 많았을뿐더러 선발된 작가들의 글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 욕심을 부렸던 탓이다. 여럿이 함께하는 출간의 고통이 출산의 고통에 비견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어리석음의 발로였다. 하지만 북코압의 첫 출발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었고 설렘이었다.
첫 원고를 완성하고 세 번의 합평회와 기성 작가의 교정을 거치며 원고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 최종 원고가 나오는 7월의 어느 날, 원고에 대해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원고가 너무 미숙하다는 판단이었다. 미숙한 원고를 세상에 내보낼 수는 없는 일, 모두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원고는 위기를 극복하고 생기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의 빛을 보기에 원고는 허약하기만 했다.
북코압은 출판의 전 과정에 작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출판을 지향했다. 원고를 더 튼튼하게 할 편집위원을 꾸려 본격적인 편집에 들어갔다. 필요 없는 문장을 제거하고 비문을 고쳤다. 작가 위주의 글에서 독자 중심의 글로 고쳐나가며 우리는 서로의 글에 피와 살을 덧붙였다. 아이는 점점 건강해졌고 생명력으로 넘쳐났다. 출산일이 가까워지며 예기치 않은 작은 어려움이 찾아왔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혜를 모아 위기를 넘겼다. 그렇게 10개월을 가득 채워 우리의 건강한 첫 아이가 세상으로 왔다.
예쁜 보자기에 싸여 우리에게 온 소중한 첫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은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일은 한 생명이 세상에 오는 것과 똑 닮았다. 이 책이 생명으로 우리에게 오기까지, 기획 단계부터 출간까지 애써주신 고유출판사 이창현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작가와의 합평회를 이끌어 주시고, 전 과정을 참관해 주신 이로소 작가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도란도란 작가님이 없었다면 이 책은 결코 이 땅에 존재할 수 없었음을 알리며, 더 없는 감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북코압 1기에 참여해 주신 회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
- 천상작가 해원
우리는 나이, 성별, 직업, 사는 곳이 모두 다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갈 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지요. 단 하나의 희미한 접점이 있다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자리에 모인 우리 11명은 함께 모험을 떠나기로 했어요. 튼튼한 고유출판사라는 배가 있었고, 든든한 해원 선장도 출항 준비를 마쳤죠.
지난 4월, 싱그러운 봄에 만난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찾아 항해를 떠났습니다. 고된 여정 끝에 다시 얼굴을 마주했고, 각자가 찾아온 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이야기는 마치 서로 짜고 맞춘 듯 쓰라린 상처로 범벅되어 있었어요. 자기의 삶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일은 참으로 부끄럽고 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은근슬쩍 숨겨보려고도 했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시간 속에서 결국 남김없이 쏟아냈지요. 까마득한 밤하늘에 별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를 바라보며, 우리의 가슴속에는 옅은 웃음이 번졌습니다.
하얗게 끝없이 펼쳐진 종이 위, 망망대해를 헤매며 찾고자 했던 별들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사는 내내 어둠인 줄만 알아 꽁꽁 감춰두었던 상처가 실은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산산이 부서졌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니 빛이 되었습니다. 우리 안에서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이는 열한 개의 별을 찾아 그 별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누군가는 ‘상실’의 낭떠러지에서 자기 자신을 찾았고, 누군가는 진흙탕에서 자신의 ‘꿈’을, 또 누군가는 아픔의 소용돌이에서 ‘나눔’의 가치를, 누군가는 처절한 눈물 속에서 ‘사랑’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긴 항해는 코끝 시린 한겨울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아무런 접점도 없는 우리였지만, 오직 글을 통해 투명하게 만나고 보니 그저 똑같은 ‘한 사람’ 일뿐이었습니다. 숨기고 싶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자기 삶을 소중하게 들여다보고 치유해 온 사람들, 삶의 고난 속에서도 가장 순수했던 날의 꿈과 사랑을 기억해 내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삶이라는 항해에서 우린 글로 만나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함께 나눈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연유로 이 책과 인연이 닿았을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우리와 한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어요. 긴 항해 끝에 감히, 그러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빛나지 않는 삶은 없어요. 당신의 삶도 이미 그 자체로 빛을 내고 있어요.
책에 실린 열한 사람의 이야기 중 당신에게 빛으로 다가갈 이야기가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 꼭 가닿아야 할 이야기가 이 책 안에 담겨 있기를, 그리하여 당신 안에서 빛나는 별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게 우리가 오늘, 이렇게 글로 만난 이유가 아닐까요?
- 북코압 편집위원(도란도란, 스텔라윤, 스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