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순정(純情)한 서정성을 담아내다.
4계절은 용혜원 시인에게 시적 체험의 원형적 공간이며 자아와 자연과의 화해를 유발하는 공간이다. 계절은 단순 이미지로만 아니라 다감한 감수성과 보편적인 정서로 확대되면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계절의 풍경이 생생하게 표현되면서 추억의 공간을 넘어 일상의 현실로 재현되고 있다. 즉, 시인은 자연의 질서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시적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순리대로 살기를 지향하는 시인은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의 순정한 서정성을 그리면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따뜻하고 정다운 시선, 겸손한 목소리가 느껴진다. 봄의 풍경을 보여주는 이 시에는 나무, 꽃, 하늘, 구름 등 자연물이 소재로 등장한다. 이 소재들은 자연의 가식 없는 아름다움과 소박함을 봄의 온화한 계절과 함께 그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 평이한 봄의 소재들은 자세히 보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지마다 피는 봄꽃, 하얀 목련꽃, 구름, 푸른 하늘은 웃음을 담고 있으며 봄의 상징인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억지로 꾸미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무기교의 기교라고 할 수 있다. 고도로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순정의 서정성이 이 시집의 특징이다.
초록의 사랑을 담은 생명성을 보여준다.
용혜원 시인은 대부분 현재 시점에서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과거의 시간과 앞으로 소망하는 미래의 시간이 내포되어 있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진실을 찾아내는 지적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과 자연 사이 조화의 미덕을 발견하고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원리를 탐구해 가는 과정을 음미하게 해준다. 이러한 사유의 바탕에는 사랑의 원리가 자리하고 있다. 인간을 참되게 걱정하고 참뜻으로 아끼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시인은 초록 숲길을 걸으며 생명의 깊이를 감지해 내고 있다. 아울러 정제된 언어로 시적 긴장과 미감을 만들어 내며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햇살과 비를 만난 나무들이 모여 초록 숲을 만들고 그 숲길을 걸으며 시인은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숲길을 걷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서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고, 나무의 싱싱한 몸짓에서 생명체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숲길, 나무, 햇살, 비를 통해 자연에 대한 관조와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미적 세계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