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으로 더욱 친숙한 ‘카이로 선언’의 땅 이집트
수교 30주년으로 더욱 가까워진 ‘기회의 땅’ 이집트
그 나라를 제2의 번영기로 이끌고 있는 알시시(Al Aisi) 대통령 집중 조명
‘한 나라의 국정 최고 지도자를 알면, 그 나라의 미래 10년이 보인다’를 주제로 쓴 조철현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조철현 작가는 2017년,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책을 출간했고, 2024년엔 응우옌푸쫑(Nguyen Phu Trong) 베트남공산당 총비서의 책을 썼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알시시(Abdel Fattah Al Sisi)다. 2014년 취임해 3선 연임을 이어가는 그의 국정 운영 전반을 통해 이집트의 미래 10년을 예측해 보자는 게 책의 출간 의도다.
조철현 작가는 서문을 통해 ‘집필 대상 국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다음 네 가지라고 강조했다.
첫째,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만한 ‘기회의 땅’이어야 한다.
둘째, 개혁 의지가 강한 나라여야 한다.
셋째, 한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어야 한다.
넷째, 책을 내는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 네 가지 중 먼저 이번 책의 시의성부터 언급하자면, 2025년은 한-이집트 외교 수립 30주년의 해다. 또 ‘카이로 선언’으로 비롯된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의 해다. 이 시의성에 맞춰 작가가 살핀 이집트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기회의 땅’임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김용현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도 2024년 초 한국 언론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로 점차 생산기지를 이전해 왔다. 이집트의 여러 장점을 활용한다면 이집트는 우리 기업의 주요한 다음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세금 감면, 수출보조금 등 이집트 정부의 투자유인 정책과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싱가포르 2/3 면적에 조성 중인 수에즈운하 경제특구는 6개의 항구, 4개의 특화된 산업단지를 갖추고 20억 인구의 배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이데일리〉 2024. 1. 26. ‘공관에서 온 편지-한국의 새 경제파트너 이집트’ 중)
김 대사의 이 기고문에는 ‘이집트는 한국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 K팝 등 한류와 한국어 학습의 폭발적 인기도 우리 기업 진출에 우호적 환경’이란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 점에서 집필 대상 국가를 선택할 때 따져보는 양국 간 우호 관계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4년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이집트의 10년은 대통령의 개혁 의지로 시작해 개혁 성과로 마무리돼왔다. 그 결과 이집트 경제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1.8%에서 2014년 2.9%, 2016년 4.3%, 2019년 5.6%, 2022년 6.6%로 거듭 상승곡선을 이어 왔다.(세계은행 기준 / 참고로, 2023년 성장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3.8%였다.)
또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이집트의 경제 성장률은 ‘터키(1.8%)의 두 배에 해당하는 3.6%’를 기록했다.(EU 보고서 인용) 이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로, 당시 국제신용평가기관 S&P는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이집트는 2021~2024년 기간에도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GDP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알시시 대통령의 경제 개혁 성과는 2024년 초 절정을 이뤘다. 2024년 1/4 분기에만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ADQ의 350억 달러 투자 ▲IMF의 80억 달러 차관 승인 ▲유럽연합의 74억 유로 지원 ▲세계은행의 60억 달러 지원 등, 53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IMF는 변동 환율제로 전환한 이집트의 경제 개혁을 높이 평가하며, 기존에 예정했던 30억 달러보다 50억 달러를 증액한 80억 달러의 차관을 승인했다. 또 유럽연합도 2024년 12월, 이집트의 인권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기존에 약속했던 74억 유로 지급분 중 10억 유로 지급을 서둘러 의결했다.
책은 알시시 대통령의 이 같은 개혁 성과를 조명하며, 그의 외교적 업적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과 펼쳤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했다. 또 여성 인권 향상과 종교 화합을 위한 노력과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해당하는 ‘하야 카리마’(Haya Karima) 이니셔티브 성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사실, 알시시 대통령의 지난 10년(2014~2024) 업적 중 가장 빛나는 외교적 성과는 2023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재자 역할이었다. 미국, 카타르와 함께 3국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알시시 대통령은 전쟁 기간 내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쟁 종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23년 11월, 7일간의 휴전을 도출해냈고, 2025년 1월, 또다시 양측의 6주간 휴전을 견인했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양측 전쟁의 최종 결과에 따라 알시시 대통령이 2025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따라서 이번 책은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 갈등과 관련 지구촌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사태의 오랜 연원에 대해서도 짚었고, 과거 나세르 대통령(1956~1970)과 사다트 대통령(1970~1981) 시절의 중동-이스라엘 관계사도 일별했다. 바로 그 시기가 1954년생인 알시시 대통령의 유년기-청소년기-군사 아카데미(육사)-초임 장교 시절에 해당돼 전임 두 대통령 시대를 정리하며 알시시 대통령의 10대와 20대 시절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