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선 시인의 부인 김규희 씨는 “윤용선 시인이 생전에 남겼던 원고들이 다행히 유고 시집으로 묶이게 되어 더할 수 없이 기쁘다”며 유고 시집을 펴내게 된 소회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당신 덕분에 나는 시인의 아내가 되었고, 어리벙벙하게 살아가며 조금씩 당신 속에 빠져 살아온 긴 세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요. 글 좀 그만 쓰라고 구박했던 때, 자존감에 큰 타격을 받고 상처도 받았을 텐데 그래도 불편한 몸으로 글 쓰던 그 모습을 지금은 다시 볼 수 없어 아쉽고 또 그리워요. 당신 손에 힘이 없어 당신이 불러주면 받아 적곤 했던 그날들, 생애의 반이 시였고 삶의 끝도 시였으니, 시로 시작하여 시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당신의 인생,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이 살며 평생을 일구어오신 문학적 삶을 존경해요. 마지막까지 힘겹게 써 내려간 수많은 글, 여기저기 숨어 있던 글들이 당신이 좋아하던 사람들 덕에 세상에 나오는 날, 멋진 당신의 얼굴 기대해도 되겠지요.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글들이 예쁘게 몸단장하고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해주신 김창균 시인과 조성림 시인 그리고 노정균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윤용선을 생각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웃음 보일 당신을 그려보며 멋지게 산 당신의 인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생전의 윤용선 시인과 그의 시를 최돈선 시인과 조성림 시인은 이렇게 추억한다.
“형은 형의 시 「겨울 끝 먼 풍경」처럼 가셨습니다. ‘새파란 하늘이, 깊은 고요를 끌어다 베고’ 누워 있는 거기에. 아니! 가만히 보니, 형은 이따금, 당신의 몸으로 소슬히 일어나, 바람을 손짓하는군요. 미루나무처럼 자신의 몸을 흔들어 보는군요. 투명한 빛처럼 그렇게, 형은 언제나 빛나는군요. 형이 남긴 이 시 한 줄, 소리처럼 울려, 산 메아리 푸르게 심어 놓고, 긴 강을 건너는군요.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세상에 있으니, 우리 또한, 귀 열어서, 당신의 시처럼 살다 가지요.”
- 최돈선 (시인)
“당신이 떠난 지도 벌써 2년, 그동안도 무심한 일월은 구름처럼 흘러오고 또 흘러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 대한 생각은 부풀었고, 당신은 늘 꽃처럼 만면에 화색을 띠고, 평생 시를 짓고, 또 꿈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조곤조곤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서 냇물처럼 속살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떠나시기 전, 만년필을 하나 건네주시며, 이 세상 끝까지 처절하게 시를 쓰고 오라고, 무언의 말씀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제 지상의 저 푸른 강물처럼, 떠나도 떠나지 않은 당신의 얼굴, 그 햇살 같은 마음이 지금도 가슴 가득히 영혼으로, 봄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 조성림 (시인)
이번 유고 시집의 해설을 쓴 오민석 교수는 ‘치열함 너머의 치열함’,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무위의 주체와 또 하나의 나’ 그리고 ‘발견의 시학’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윤용선 시인의 시편들은 궁극적으로 “고요하게 저무는 풍경”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시집은 이렇게 고요하게 저무는 삶을 선택했고, 그렇게 저물어서 이제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버린 고운 숨결의 기록이다. 저마다 센 목소리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토록 고요한 숨결을 만날 수 있다니, 경이롭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이여, 잠시 거친 호흡을 내려놓고, 욕심도 잘라내고, 저 얼음 사이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꽃을 보라. 사방이 온통 환하지 아니한가.”
- 오민석 (문학평론가, 단국대 명예교수)
윤용선 시인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나고 없지만, 그의 시는 남아서 다행이다. 그가 길을 내어서 보여주는 고즈넉한 풍경이 있고 그 안에 작은 꽃밭이 있고 쉼터가 있어서 다행이다.
■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 달의 계곡(月谷)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달아실출판사”는 인문 예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책으로 세상을 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