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 있으면 절대 창조하지 마세요.
이대로는 살 수 없으니까 하는 것이 창조입니다.”
기업의 경영인부터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전해온
이어령 창조 명강의 9편
故 이어령 선생님의 3주기를 맞아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가 출간되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게 아닌 봄이 온다고 말하는, 어릴 적부터 비범한 발상을 지녔던 그는 범지구적으로 흔들리는 현시대를 극복할 창조적 상상력의 힘을 설파했다. 그는 “IMF 때와 같은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치르고 있는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문명 자체의 패러다임 변화, 문명의 전환에서 오는 파탄”을 마주한 우리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장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는 선생의 수많은 강연 중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아홉 편을 가려 모았다. 농림수산식품부 특강(2010), 중앙공무원 교육 강연(2009),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2009),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창조경영인상 시상식 특별강연(2009) 등 경영 방식의 변화에 앞장서야 할 이들을 향해,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꾸려갈 이상적인 미래를 외치는 선생의 목소리에는 그들을 스스로 무릎 꿇게 하는 울림이 있다.
“생명의 본질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생명 질서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체 기술입니다.”
새 시대를 열어갈 ‘생명주의’ 패러다임,
패러다임 시프트
생명자본주의, 바이오미미크리, 디지로그, GND(Green New Deal)는 이어령 선생이 강조하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신新 사고의 산물”이자 지금껏 없던 시대적 대위기를 맞이한 문명이 시도해야 할 패러다임 시프트이다. 선생은 산업주의와 민주주의로는 더 이상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며 새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생명주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생명주의란 살아 있는 생명체의 기능과 가치를 기술과 자본으로 환원하는 생명 중심적 세계관이자 ‘지속 가능’이 아닌 끊임없이 순환하는, ‘순환 가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다. “오늘날 죽임의 경제학에서 살림의 경제학으로 교체하는 게 생명 경제”이며, “지금껏 모든 기술은 죽이는 기술이었으니, 앞으로는 살리는 기술을 써야” 한다. “자연환경과 산업 개발은 지금까지 물과 기름과 같은 대립 개념으로 쓰여왔”지만 위와 같은 생명 기술들을 통해 “환경 보호를 하는 것이 곧 경제를 살리고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는 천연자원의 절멸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적 산업 구조가 아닌, 자연과 경제가 동시적으로 성장 및 상생할 수 있는 생명화 시대의 방향성이다. 생명자본주의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금융자본주의, 노동자본주의, 토지자본주의, 지식자본주의에 생명 자체를 자본으로 삼아 생산하는 시스템이 결합하는 것”으로, 인류와 문명은 “생명 자체가 자본으로 변환되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이로써 산업화와 민주화가 아닌, 창조적인 생명화 시대는 도래한다.
“21세기는 공감의 세계이고 즐거움의 세계”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아름다움
이어령 선생은 생명과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명과 문화 산업을 살릴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을 도모했다. 21세기는 “공감의 세계이고 즐거움의 세계”이기 때문에 단순히 과학기술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발명해야 한다. 끝없는 과정에 놓인 삶, 오늘 하루 살아 있는 기쁨을 주는 산업이야말로 미래에도 번영할 기회를 얻는다. “우리를 즐겁게 하기 때문에 창조의 세계는 정치이고 경제이고 사회이고 문화”이다. 줄다리기의 시대, 즉 산업주의 시대에는 “4천만이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창조의 시대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가끔 생각하는 4천만 명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따라서 새 시대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창조력을 억누르고 소외시키는 잘못된 제도와 운영”을 멈추고 “국가가, 지도자가 국민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결합하여 함께 창조적인 사회를 이뤄”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줘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창조인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창조인을 알아주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저는 기업에서 창조적인 CEO가 나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창조적인 두뇌와 발상을 가진 사원들을 알아달라는 겁니다.” 선생은 문화의 힘을 도외시하는 사회의 장신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창조력과 열정, 삶의 기쁨으로 개개인이 하루하루를 일궈낸다면 나라에 두려울 게 없을 것이라 강하게 예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