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진리를 향한 희망의 외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추수한 2024년도 사화집 『생태적 회개』를 출간할 수 있게 된 것을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모집할 때부터 주제를 〈생태ㆍ희망〉으로 잡았는데, 이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내적 상태가 날로 황폐해 가는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제시한 주제입니다.
이미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생태적 의식’은 자연스럽게 ‘생태적 회개’의 단계에 다다르게 되었고, 인간이 편리성을 추구한 나머지 오히려 과학 문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면서 절망감을 증폭시키는 사이에 더욱 희망이 필요한 메시지의 반영임을 공감하게 합니다. 재물의 욕망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자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근본적으로 반성과 회개를 통해 창조 질서의 악순환에서 돌아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참을 요구하는 사명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에게 필요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지금 순간에도 지각없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는 절박함에 대해 가톨릭 문인으로서 말해야 하는 문학적 가치는 교황님의 생각과 맥이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주제인 〈생태ㆍ희망〉은 우리 앞에 직면한 참된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주제이면서 전 지구적 암울한 미래를 예감하여 어떻게 하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방향으로 희망을 이루어나갈 것인가를 판단해 보게 합니다.
이미 수많은 학자와 자연환경 전문가들이 지구가 얼마나 중병을 앓고 있는지의 위험성을 학술적 이론과 수치로 제시하고 있지만, 신앙을 지닌 우리 문인들이 느끼고 있는 감성적이고 영적인 촉각으로 말해주는 문학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더욱 심층적으로 밀착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러기에 작가로서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명감으로 작품성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목적의식이 언어로 표현되어 태어난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이번 사화집에 담겨 있습니다. 작품 곳곳에 표현된 대다수 회원의 의식이 생태적 회개에서 출발하여 진리를 향한 희망의 외침으로 예언자적 목소리를 지니고 있고, 주제에 따른 핵심의 언어를 다양하게 묘파하면서 이미 각자의 삶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생각들이 모자이크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작금의 자연환경 상태는 바로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까닭에 장차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태적 회개’라는 지침이 필요했던 현실에 대해 더는 늦출 수 없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기에 그만큼 소중한 결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모든 환경 문제는 자연과 인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하느님을 대적하고 있는 갈등이면서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배반한 양상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하느님의 입장을 말해야 하는데 자기 입장에 치중한 나머지 하느님을 외면해버림으로써 생태계의 파괴와 미래에 대한 절망을 합리화해 버린다면, 결국 그럴 수밖에 없다는 청맹과니 같은 처사들이 끝내 세상을 책임질 수 없는 곳으로 견인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의 적극적인 외침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린 예언자적 결실이기도 합니다.
이 사화집 안에는 안타깝게도 이미 고인이 되신 회원들의 작품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끝까지 환경에 대해 외치는 목소리가 거듭 울려 오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작품은 끝내 유작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 한 권의 사화집은 훗날에도 우리 협회에 부여된 공동체의 울림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세월이 덧없이 흐를지라도 함께 마음을 모아 발간한 이번 사화집이 오래오래 각별한 의미의 숨결을 지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