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누구에게나, 태양이 비추고 바람이 분다.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만큼이나 정의로워야 한다.
“서울에 사는 어떤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태양광발전기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는데, 도시에 그런 걸 설치해도 될까요?”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 있는 전자파는 걱정하지만, 더 거대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 송전탑 너머, 눈앞에 보이지 않는 문제니까요.”
(2부 ’내 몸속에 방사능이 있다’ 중에서)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모든 국민이 사용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발전소는 대부분 바닷가나 농촌 등 지방에 몰려 있으며, ‘소비’가 집약된 도시는 오히려 에너지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먹거리를 생산할 논밭도, 식수를 공급받을 깨끗한 강도, 옷이나 자동차를 만들 공장도, 전기를 만들 발전소도 거의 없기 때문. 재생에너지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다. 풍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산림이나 해양 생태계를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근 동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친다. 대규모의 태양광 시설은 주로 농촌에 건설되는 탓에 농지를 파괴하고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 그 이면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는 물론 에너지 불평등의 문제가 숨어 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나침반
이 책은 단순히 에너지를 기술적으로 설명하거나 경제적·정책적으로 다루지 않고, 사회적 정의와 생태적 책임이라는 틀에서 속속들이 비춰보고 있다. 화석연료(석탄, 석유)나 핵발전(원자력발전) 에너지가 초래한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는 물론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또한 지역주민 갈등과 생태계 파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에너지 불공정의 문제마저 여전히 내포함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로 에너지 전환과 기후 정의를 위해 애쓰고 있는 저자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지역과 계층을 포용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부터 대규모 전기발전소 집중 건설에 따른 지방과 도시의 갈등,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문제 등을 짚어보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모든 계층과 지역이 공정하게 참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모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에너지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과 생태계의 공존을 위한 핵심 요소임을 일깨움으로써,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실천 방안을 제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시대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