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지역, 남도와 엑상프로방스가 닮았다고? 역사적으로 유배지가 많고 산업화에 뒤처졌으며 문화적으로 토속적인 맛과 인정이 물씬 풍기는 남도에 비해, 엑스는 부유한 귀족층이 살아온 문화의 도시로 화려하고 개성적인 외양을 뽐내며 사람과 음식도 이 모습을 닮았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가 어느 것 하나 같을 것 같지 않은 남도와 엑스가 닮았다고 하니 고개가 갸웃해진다. 뭐가 닮았다는 거지?
저자는 두 지역에 각각 여러 해 동안 머물면서 자연과 종교, 예술, 사람과 음식, 역사에 이르기까지 대조적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두 지역을 크로스오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남도의 길게 이어진 돌산인 달마고도가 엑스의 생트빅투아르산에 이르고, 바다 전래설을 가진 미황사가 바닷가에 위치한 생마리 드라메르 성당에 가 닿는 것을 느끼고, 사투리로 작품을 쓴 영랑 김윤식에게서 알퐁스 도데의 문학을 상상하게 된다. 낯설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은가! 저자는 이러한 비교를 느낌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참조해서 틀린 이야기가 아님을 밝혔다.
저자는 엑스의 한 카페에 단골이 되어 주위 사람들의 수다 속에서도 책 읽기에 집중하면서 타지의 낯섦과 새로움이 고향의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타지에서 고향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저자는 왜 두 지역이 고향으로 느껴지는지, 고향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했다.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뿌리,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해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꿈을 펼치고 싶다는 갈망에 다다랐다. 고향은 이제 저자에게 친밀하게 회고되는 과거의 기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드는 원초적인 꿈을 밀어주고 이끄는 미래의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이 책에 직접 그림도 그려 넣었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남도와 프로방스에 가 있는 기분이 들었고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떠올렸다.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자유로움도 느꼈다. 이 책에서는 저자에게 마음속 고향이 된 두 지역을 비교하며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