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C(아시아 어린이 콘텐츠 축제)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 선정,
이수연 그림작가, 고릴라의 뒷모습에 서사를 입히다
동물원에 오기 전까지, 글 없는 그림으로 펼쳐진 고릴라의 서사는 애잔하다. 작가는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 조사 끝에 동물원 우리 안으로 아이들이 떨어지는 사고가 실제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아무리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유리를 두드리지 마시오. 담장을 넘지 마시오.” 여러 종류의 경고문이 쓰여 있지만, 동물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경고문은 사람들을 위한 ‘주의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2016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4살짜리 아이가 약 4.6m 아래 고릴라 우리로 미끄러지는 사고 이후 동물원 대응팀이 고릴라를 사살한 일이 있었고, 그와 비슷한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만, 대응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장면 한 장면 글 없는 그림으로 고릴라의 이야기가 찬찬히 쌓일 때 독자는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마음이 저민다. 특히 푸르스름한 차가운 배경 속에서 아이를 안아 든 고릴라의 세상이 점차 환한 빛으로 물들고, 그의 고향인 초록으로 변할 때, 우리는 잠시 고릴라가 느꼈을 그리움을 직면한다.
우리는 사람, 고릴라는 동물이라는 인식 속에서 고릴라의 빼앗긴 소망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진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우리에게 보여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막연히 생각해 온 것은 아닐까. 홀로 숲속에 남겨진 고릴라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은 함께 보내지 못한 천국 같은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을 더한다. 태어난 그곳에 살았더라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을 그들의 이야기가 이수연 그림작가의 웅장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 노래와 함께 감상하는 그림책, 큐알 코드 수록
책 뒤에는 슬로보트 작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고릴라의 뒷모습 속에 담긴 소망을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을 원곡 노래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