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하고 옳은 일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인 세상
한 계단 위쯤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지혜
고성만 시인의 제자인 김정희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는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를 읽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인은 도시에 산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반거충이 도시인, 아직도 고향 변산 어귀에 엉거주춤 서서 하늘빛을 닮은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시내버스 창가로 흐르는 올망졸망한 풍경들을 좋아하고, 헛헛함이 스멀거리면 시외버스 타고 소읍을 구경하고, 일없이 걷다가 극락강 어디쯤에서 잠시 멈추기도 한다. 해 질 녘 시끄럽게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라도 만나면 더 좋을 것이다. ‘마땅하고 옳은 일’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이다. 시인은 어느 모퉁이에서 다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고.
인생의 길모퉁이에서 시인은 뒤돌아본다. 누님과 함께 태어나서 자란 그 바다, 최락희 씨 댁의 자취방, 시를 노래하던 포장마차, 동네 골목으로, 카페로, 저수지로, 할 일 없이 걸으며 만나는 이들마다 따뜻한 시선과 연민을 던진다. 이 책은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사랑과 행복, 그리움을 원했으나 미음과 연민, 두려움으로 점철된 삶을 되돌아보는 시인은 독자인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이 그저 한없이 움츠러들던 안타까운 영혼의 외침이라고 낮춰 말한다. 독자는 오히려 그의 이런 시선에 함께 눈을 맞추고 마음을 얹어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독자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용서의 마음과 지혜가 스며들고, 삶을 한 계단쯤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조금 넓고 높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