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말을 켜놓고 잠드는 밤이 잦네, 잠 속에서도 솜옷처럼 포근한 말을 찾아 헤매었네, 시를 쓴 지 쉰 세 해, 한 땀 한 땀 박음질로 삭풍 이기는 옷 한 벌 지으려 했네, 들깻잎에 내리는 빗소리, 수숫대를 만지고 가는 실바람, 벌레가 잠든 푸른 잎, 가지 끝에 매달려 제일 먼저 돋는 꽃망울, 간이역에 내려 바라보는 살구꽃 같은 시를 쓰려했네, 떨어진 실밥 주워 내 손으로 짠 목도리, 추운 날 학교에서 돌아와 언 손 넣어보는 이불 속 온기 같은 시를 쓰려했네, 아직은 미완이네, 기다려주게, 이 작은 약속 하날 위해 남은 날 쉬지 않고 타박타박 걸어가겠네, 걸음마는 더뎌도 아픈 발 달래며 그대 곁으로 가겠네, 기다려만 준다면 그대가 참아 기다려만 준다면.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
슬픔이라는 이름은 슬픔 속에서 산다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기다림으로 산다
책을 안듯 한 아름 그리움을 안고
세상의 외딴집으로 걸어간다
햇빛의 은실은 끊어져도
기다림의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이름 부르면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내게로 오는 나비 떼여
슬픔이 만든 세상 끝으로 바람이 분다
식구여, 나의 영원한 부양가족이여
잎새들이 공중에서 이슬을 나누어 먹듯
마음을 나누어 먹는 시간의 육체여
가장 값진 것을 주고 싶은 그대
내 지닌 값진 것은 눈물뿐
눈물은 적실뿐이지 깨지진 않는다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