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 세상으로 그려 낸 지구의 환경 이야기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지구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것도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입니다. 인간이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며 개발을 진행할수록 지구 환경이 오염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가 다시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번 그림책 〈여우 살려!〉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문제를 여우의 생태계에 빗대어 그려 낸 환경 그림책입니다. 이상 기후로 생명을 위협받는 절박한 현실을 여우들의 시각에서 드라마틱하게 보여 줍니다.
첫 장면은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와 북극에 사는 북극여우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여우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사막이 추워지고, 북극은 뜨거워집니다. 그 탓에 사막여우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북극여우는 빙하가 녹아내린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지요. 위기에 빠진 여우들이 소리칩니다. “으악, 여우 살려!”
과연 여우들의 이 이상한 날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원인은 사막여우나 북극여우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붉은여우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붉은여우는 숲 속의 나무를 자르고 잘라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리는데요. 공장이 바삐 돌아가는 만큼 부자가 되니까 붉은여우는 멈추지 않습니다. 계속 돌아가는 공장의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검은 연기는 점점 커져서 새까맣게 지구를 감싸는데요,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붉은여우는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요? 검은 연기는 마치 붉은여우의 앞날에 검은 구름이 드리운 듯 불안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 모두 함께 ‘공존’의 메시지
붉은여우는 사막여우와 북극여우의 “여우 살려!”라는 외침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연일 이상한 날씨 이야기를 보도하지만,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숲을 파괴하고 공장을 돌리는 데만 빠져 있거든요. 붉은여우는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사람들과 닮았습니다.
처음에 붉은여우는 사막과 북극의 이상한 날씨가 자기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붉은여우의 이기적인 모습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위협이 되어 돌아옵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어느새 검은 괴물이 되어 붉은여우를 삼켜 버리니까요. 검은 구름 속에는 온갖 이상한 날씨가 들어 있습니다. 붉은여우는 더위와 추위는 물론 장마, 가뭄, 태풍 등 온갖 이상한 날씨에 시달린 끝에 크게 소리칩니다. “으악, 여우 살려!” 이로써 붉은여우는 사막여우나 북극여우가 겪은 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라고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면 언젠가는 나에게 그 해악이 미치기 마련입니다. 혹시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겠지.’ 하며 환경에 무관심하지 않나요? 우리 한 명 한 명의 이기심이 모이면 커다란 검은 연기 괴물이 될 수 있답니다. 지구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지켜야 하는 공동의 터전이라는 걸 이번 그림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날씨에 시달린 붉은여우는 용기를 내어 전 세계 여우들에게 사과를 전합니다. 그리고 훼손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요. 한번 파괴된 지구는 바로 회복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힘을 모아 지켜 나간다면, 언젠가 검은 연기가 아닌 청량한 공기가 흐르는 생명의 터전이 되지 않을까요? 〈여우 살려!〉는 힘을 모아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며 살아가자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 우화형 환경 그림책
〈여우 살려!〉를 쓰고 그린 김서련 작가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짓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우의 시각으로 지구의 환경 이야기를 기발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보려고 이번 책을 쓰고 그리게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이 우리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 나라나 기업의 이기심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치는지 여우 세계를 통해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이지요.
김서련 작가의 첫 그림책이기도 한 이번 책에는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 북극에 사는 북극여우, 숲을 개발하는 붉은여우, 그리고 붉은여우를 구조하는 회색여우 등 네 종류의 여우가 사람처럼 등장합니다. 각 여우마다 생태적 특징을 살린 개성 있는 캐릭터로 표현되어서 친근하면서도 귀여운 이야기 속 친구로 탄생했답니다.
특히 이번 그림책에서는 이상한 날씨를 야기하는 검은 연기가 인상적인데요, 마치 붉은여우를 잡으러 온 검은 괴물처럼 표현함으로써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냅니다. 지구를 휘돌아 곧 붉은여우를 삼킬 듯 뒤쫓는 검은 연기가 그려진 장면에서는 과연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증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책은 ‘환경을 보호해야 해!’ 같은 직접적인 구호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는 환경 그림책이라 의의가 있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듯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