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란 용어는 한편으로는 다분히 학문적이고 비즈니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대학원에서 국제경영 및 국제관계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협상론을 접하게 되었다. 게임이론에 바탕을 둔 ‘협상론’ 강의를 접하면서 협상론에 대한 이론적이고 체계적 접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후 신문사에서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공기업에서 인사, 경리 및 재무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본 종합상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글로벌 IT 기업에서 해외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실질적인 협상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현실 세계의 기업 현장에서 살아 있는 다양한 협상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몸으로 느끼고 행하는 협상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협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2000년 일본 히토츠바시(一橋) 대학 MBA 과정에서 이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로저 피셔(Roger Fisher)와 윌리엄 유리(William Ury)의 〈Getting to Yes〉,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의 〈Influence〉라는 책을 접하면서 협상에 대한 흥미를 더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협상론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자 본격적으로 기획한 것은 글로벌 IT 기업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해외 영업 및 마케팅 업무을 주로 하였지만 영업 및 마케팅이라는 업의 성격상 자연히 해외 고객과의 협상이 가장 주요한 업무 영역이었다. 따라서 나 자신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협상론이라는 일종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나의 해외 고객과의 협상에 대한 노하우(know-how)를 축적하여 후배들에게 전하여 익히고 활용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협상론을 저술하고자 마음을 먹은 지 1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제야 오랜 시간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협상과 관련된 생각, 지식, 입장 등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고자 한다. 또한 이제 대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 나로서는 대학교수로서의 최고 최선의 책무인 후진 양성이라는 지식인의 업을 이 책을 통해서도 실현하고자 한다. 딱딱한 판에 박힌 이론식 교육의 주입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의 경험과 체계적 이론을 대학의 후진들에게 전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자 함과 동시에, 풍부한 사회 경험과 다양한 협상 경험을 보유한 경영대학원 원우들에게는 협상에 대한 체계적인 재학습이라는 학문의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은 나만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며 협상론 이론의 역사가 일천한 나에게 학문적 업적을 과시하는 도구가 아니다. 기존의 수많은 협상론 연구자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그들의 생각과 지식을 인용하여 나의 생각, 지식, 입장 속에 녹여서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협상론 학자들의 저서의 양과 질에 못 미치는 졸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경험했던 협상이라는 영역을 내 방식대로 엮어내고 기존의 수많은 이론을 덧붙여 만들어 낸 작은 지침서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엮어내기 위해 곁에서 함께 노력하고 도와준 아내와 두 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