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한 산업화와 정보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간과되었던 문제들이 이제 구조적 위기로 표출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으며,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멈춰 섰다.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약화시키며, 개인의 경쟁과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사회를 초래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를 뒤흔드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 간의 의식 차이는 다양성을 높여 주지만 젊은 세대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무관심한 모습은 한국사회가 정체성의 근본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대학도 이러한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은 이제 직업교육 중심의 기술학원으로 전락했다. 이는 대학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대학 정책이 만들어 낸 구조적 결과이다.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된 평가제도는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며, 대학을 상업적 효율성의 틀 안에 가두었다. 이로 인해 교육과 연구, 학문적 성취는 위축되고, 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현저히 약화되었다. 대학은 본래 비판적 지성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학은 그러한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간의 공존 문제 역시 한국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개발 중심의 정책은 자연을 심각히 훼손했고,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미세먼지, 이상기후, 생태계 파괴 등은 경제성장이 감추었던 환경적 대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한국사회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의 유입은 우리 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크게 높였으며, 글로벌화를 촉진했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국가 운영체제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이념, 계층,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고, 정치권과 언론이 이를 조장하는 현실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남북 관계는 극단적 대결 구도로 치닫고,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해하고 있다. 특히,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들은 헌정 체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한국사회가 정치적 건강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주목받은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정쟁이 아닌 정책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정치·경제 모델을 모색할 시점에 와 있다. 자본 중심적 발전과 성장 지상주의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전환 없이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한국사회가 나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데 필요한 통찰과 방향성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