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상처를 경험한 사람만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실의 시간을 현명하게 건너온
문학가들의 인생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
어쩌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느끼는 초조함, 사회와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외부의 압력, 부조리한 세계와의 충돌 속에서 불안과 고뇌, 좌절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느끼는 비애일지 모른다.
우리가 아는 작가들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소설을 완성하며 마흔한 살의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허드렛일을 도맡는 잡부가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는 세상의 시선에 상처받고 절망하곤 했다. 김유정은 말더듬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처참하게 차였다. 카프카는 부유하고 잘난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예민하고 소심한 아들이었다. 박완서는 엄마와 소설가라는 직업 사이에서 동분서주한 워킹맘이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열등감, 수치심, 치욕스러운 기억을 자양분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나갔다.
작가들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써내려 간 문장들은 문학이라는 거울이 되어 부지불식간에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안의 상처, 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원인도 모르게 찾아오는 공허함과 불안함을 가장 정확하게 끄집어내고, 고단한 인생을 다시 버티게 할 힘을 준다.
어떤 상처는 나를 꽁꽁 가둔 채 움츠러들게 만든다. 외면하고, 피하고 싶고,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 결국 상처에 얽매이게 만든다. 이럴 때 문학은 우리의 고된 일상에 어떤 변화를, 혹은 위로를 전한다. 아흔의 노(老)작가가 절망 속에서 헤맬 때, 묵묵히 곁을 지키며 아픔의 길을 함께 걸어온 작품들과 그 작품을 쓴 작가들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힘들고 고단한 하루에 작은 위안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