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명태는 17세기에 처음으로 기록에 나온다. 1912년에서 60여 년이 지난 1970년대의 거진항 풍경까지 같았다. 선창에는 명태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1990년대부터 명태는 급격히 어획량이 줄다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수온이 1도 높아지면 명태 한계선은 적어도 수백 킬로미터는 이동하기 때문이다. 수온 변화에 따른 주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이제는 휴전선 이남 강원 해역에서는 사라졌고, 북한의 함경도 명태 자원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오늘날 우리 밥상에 오르는 명태는 오호츠크 수입태다.
명태가 국민 생선이 된 까닭은
전설에 따르면, 명천의 명씨가 처음 명태를 잡았다. 실학자들이 명태를 문헌에 호출하는 과정, 지방 읍지에 명태가 등장하는 시점 등 분석을 통하여 18세기 어느 시점에서부터 명태가 동해에서 엄청난 양으로 어획되었음을 밝힌다. 명태는 덕장으로 보내져 유통하기 편리한 북어로 변신했고, 북어는 상업자본의 힘으로 당시 전국의 오일장으로 들어갔다. 함경도 명태는 배에 실려서 부산, 그리고 충청도 강경과 인천까지 유통되었다. 경부철도와 경원선이 생기면서 그야말로 단기간에 전국화되었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북어 액막이
북어가 의례에 단골로 쓰인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유통되어 전국을 석권한 유일한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명태의 액막이 물고기로서의 장기지속성은 지금도 이어져서 굿판이나 고사상, 심지어 집들이 장식품으로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서해안 조기, 제주도 돔, 경상도 문어와 상어 등 ‘절받는 물고기’가 여럿 있어도 북어만큼 보편적이고 흔한 액막이 물고기는 없을 것이다.
일본인이 명태에 눈독을 들인 지 100여 년
명태에 관심조차 없던 일본 어민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명태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명태잡이와 가공에 뛰어들었다. 특히 명태자(明太子, 명란)가 일본 음식 문화에 깊게 자리 잡으면서 명태의 가치를 뒤늦게 감지한다. 1920년대 중반에 이르러 홋카이도와 조선 사이에 명태 거래가 시작됐다. 일본 명태가 한반도로 들어온 것이다. 오늘날에도 북해도산 명태가 한국음식점에서 ‘생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 그러한 수입 전통이 적어도 100여 년이 넘었다.
함경도 아바이들의 추억과 가곡 명태
명태는 여름에는 수심 200미터 이상 되는 깊은 곳에서 살며, 겨울에는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떼 지어 들어온다. 함경도 신포 앞바다의 분포 밀도(산란기)가 가장 농밀하다.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의 조사 지도에 따르면, 함경도를 중심으로 집중 회유하고 멀리 강원도까지 일부 분포한다. 오늘날 속초의 아바이마을에 사는 월남인은 신포, 신창, 차호, 단천 같은 두고온 고향을 기억한다. 독특한 명태 집산지 마량도를 비롯해 함경남북도 해안 곳곳은 명태의 주산지였고, 원산은 말려진 북어의 집결지였다. ‘원산 바다의 명태가 되리라’라는 가곡의 가사처럼 명태는 사라졌어도 한반도 북해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어민, 명태를 구술하다
요 낙수로 고기를 잡고 못 잡는 데는 낙사공 손에 달렸지요. 바로 낙수를 놓는 사람이 낙사공이고, 선장은 어느 위치에 가서 배를 딱 세워요. 여기는 북방한계선이 있기 때문에 배들이 총총합니다. 여기는 외길입니다. 속초나 주문진이나 남쪽 배들은 ‘마(남쪽 방향)’로도 갈 수 있고 북으로도 갈 수 있지만, 거진은 갈 데 없습니다. 마 쪽으로는 속초 배나 아야진 배들이 올래 밀고 갈 데라고는 이쪽배끼 없는 거예요. 항상 거진은 단일로래요. 단일로로 가서 천상 불들켜가지고 나가니까. 여기서 새벽 3시 반에 나갑니다. 나가서 40분서 한 시간썩. 하여튼 40~50척, 70~80척이 짜악 서요._거진항 낙사공 구술
앞으로의 어보 작업
저자는 오래전 명태가 사라지던 당시의 강원도 고성, 양양, 속초 등지의 어항을 두루 현지조사해 채록본을 남겨두었다. 이에 더해 어렵게 수집한 북한민속학연구실의 1950~60년대 현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명태 주산지 함경도 일대의 명태잡이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오래 바다를 연구조사해 온 지적 축적에 기반하고 구술 및 문헌자료에 근거하여 현대적 어보를 구축한 것이다. 《조기 평전》과 《명태 평전》을 잇는 어보 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어디까지 진척될지는 모르나 《자산어보》이래로 본격적으로 물고기 한 마리당 한 권의 책으로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