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이자 세계적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자유로운 산속 생활을 그린 에세이『산기슭에서, 나 홀로』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그동안 여성학과 젠더 등 사회학 분야에서 많은 책과 에세이를 써왔지만 의외로 개인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쓴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를 피하고자 대도시 도쿄와 시골 야마나시를 오가는 이거점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개인적인 생활을 그린 최초의 에세이입니다. 홀로 산에서 생활하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고 생생하게 풀어낸 이 책에서 저자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기쁨에서부터 생애 마지막 거처에서 홀로 맞이할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담아냈습니다.
저자는 산속 생활을 먼저 한 친구로부터 집이 비는 동안 잠시 지내보라는 것이 계기가 되어 산속 생활 매력에 빠져버립니다. 50대에 겨울에도 햇살이 가득 들어와 습기가 없는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 해발 1000미터에 땅을 구해 주위의 도움을 받아 산속 집을 지었습니다. 도쿄와 산속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던 저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산속 집에 거의 정착하게 됩니다. 산속 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를 느긋하게 음미하며 책과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눈이 녹아 산속 마을에 봄이 찾아오고, 신록이 싹트고, 순식간에 여름의 녹음으로 바뀝니다. 작은 새의 지저귐이 이윽고 귀를 얼얼하게 하는 매미 소리로 바뀌었다가 문득 벌레가 우는 가을 문턱에 들어섭니다. 눈이 멀 듯 쨍하던 단풍이 잎을 죄 떨구면 머지않아 숲이 환해지고 작은 동물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제 계절의 꽃놀이를 놓쳤다 싶으면 산만의 필살기가 있는 법. 더 높은 곳을 가면 됩니다. 산속 집에서 맛보는 사계절도 남다릅니다. 도쿄의 손님을 초대하여 즐기는 산나물 튀김 파티, 호화로운 반딧불이의 연회, 여름에 만드는 복숭아 냉 포타주의 맛, 겨울에 탁 트인 푸른 하늘 아래에서 즐기는 아침 스키 등은 산속 생활 주민만이 가능한 특권들입니다.
이러한 산속 생활의 묘미는 독자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충분하지만, 날카롭고 냉철한 관찰자이기도 한 저자는 결코 좋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산속 생활의 불편하고 어려운 점도 많다고 전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벌레 문제, 귀엽지만은 않은 야생 동물, 자연에서의 하수와 쓰레기 배출, 운전과 같은 이동성에 대한 문제, 홀로 남겨질 마지막과 의료 및 돌봄 자원과 같은 고령화의 문제 등도 언급합니다.
이 책은 나 홀로족의 생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나 홀로 살면서 과연 화장실의 문이 필요한가와 같은 고민도 하고, 각각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 같은 책들이 좋아 천장까지 닿을 만큼의 많은 책으로 둘러싸인 서고와 작업실을 설계했습니다. 나 홀로 산다는 것은 개인 취향을 반영하기에는 좋으나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은 60대 전후의 커플이 많은데, 이주한 지 어느 정도 지나면 커플 중 한쪽이 암에 걸리거나 치매에 걸리거나 죽거나 하여 혼자가 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돌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나 홀로족의 마지막 순간」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저자는 혼자 살던 고령 남성의 요양 생활을 지켜봅니다. 그는 민중사를 주창해온 향년 96세 이로카와 다이키치(色川大吉)입니다. 92세까지 스키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이로카와씨가 실내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골절되고 나서는 3년 반을 휠체어 생활과 재택 요양을 하게 됩니다. 건장할 때 "버팀목"이었던 사람도 언젠가는 "버팀목"으로 돌아갑니다. 지탱하는 저자와, 지탱되는 이로카와씨의 모습은 진정으로 성숙한 어른의 관계를 보여 줍니다.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고요한 시간 속, 사계절의 변화를 차분히 맛보며 둘이서 보낸 마지막 날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풍요로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결코 편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장소에서, 하지만 매우 좋아하는 장소에서, 죽는 최후까지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결국에는 둘이 아닌 나 홀로 안심하고 늙어가려면 무엇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가와 같은 실질적인 질문을 마주하면서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에서의 산속 생활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곁들여진 야마구치 하루미의 멋진 일러스트도 볼거리입니다. 야마구치 하루미는 에어브러쉬를 이용한 매우 사실적인 일러스트를 그립니다. 색채가 풍부한 삽화는 본문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에노 지즈코의 야쓰가타케의 산속 생활 정경이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