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자신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만큼 쉽게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 반드시 쓰게 될 책이었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되어 세상에 내놓는다.
내가 자문화기술지 연구를 처음 시작한 해가 2015년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하면서 개인의 경험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글로 써나간다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연구자의 주관적 경험에 함몰되기보다는 그 경험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비판적이고 개방적으로 탐색해 나간다는 점이 좋았다. 이러한 연구의 특성으로 인해 자문화기술지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기 경험을 충분히 느끼고 음미하는 동시에, 그 경험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숙고하고, 이를 글로 씀으로써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의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설가로 나는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손꼽는데, 그녀는 자신의 글을 ‘자서전·사회학적·전기적auto-socio-biographie’이라고 부른다. 그녀 역시 소설을 통해 자신의 주관적 경험 안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문화기술지의 글쓰기는 에세이, 심리 분석적 글쓰기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녀의 주장을 살펴보자.
독자들 가운데, 글을 쓰는 것 특히 자전적 글쓰기를 행하는 것이 정신분석을 실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는 믿음을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어떤 허망한 욕심이나 오해인 것 같아요(Ernaux, 2005b: 78).
(중략) 이 책은 자문화기술지 방법론을 다루면서, 일반적인 방법론 책과 다른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내가 어떻게 자문화기술지 연구자가 되었는지를 시간순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1부와 2부의 구조가 그러한데, 그 이유는 자문화기술지 연구는 “하는” 게 아니라 “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문화기술지는 방법론이지만, 기법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관찰적 태도를 갖추게 될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전적 이야기의 형태로 연구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렇다 보니 나의 직업 정체성인 교사, 특히 상담과 상담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점을 널리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중략)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자신과 자문화기술지를 이해하는 괜찮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실제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