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의 소 개념
‘소학’이라는 말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소(小), 즉 ‘어린이’라는 개념어이다. ‘어린이’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 중국 글자인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어린’ 백성들은 말하려는 사안이 있어도 뜻을 제대로 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기고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익혀 일상생활에서 편리를 도모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서 ‘어린’이라는 말은, ‘어리석다’라는 의미이다. 이 지점에서 『소학』을 편집한 의도가 무엇인지 캐물을 필요가 있다.
『소학』은 단순하게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하고 생활 예절이나 기초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을 위한 배움의 철학을 담았다! 그것은 『소학』의 두 번째 권인 「명륜(明倫)」의 첫머리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훈몽사(訓蒙士)!”
이 구절은 직역하면 “어리석은 선비를 가르친다!”라는 말이다. 범위를 확대하면, “어리석은 사람을 가르쳐 인도한다”라는 뜻이다. 때로는 “어리석은 사람을 경계시킨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역사에서 ‘소학’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교육기관’의 명칭으로서 소학이다. 이는 8세 전후의 아동이 입학하는 학교로 15세 이상의 성인이 입학하는 학교인 ‘대학’과 상대된다. 한반도의 일제 강점기 시기에도 아동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소학교라고 했다.
두 번째는 ‘소인지학(小人之學)’을 줄인 말로 ‘어린아이의 배움’을 일컫는다. 이는 어른의 학문인 ‘대인지학(大人之學)’에 상대되는 말이다.
세 번째는 ‘경전’의 명칭이다. 『소학』은 중국 고대에 ‘어린아이’나 ‘어리석은 사람’을 가르치던 책으로, 구경(九經)이나 십일경(十一經)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이 책은 주자가 편찬한 『소학』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네 번째는 ‘학문’의 한 부류이다. 그것은 한(漢)나라 이래로 중국 문명을 대변하는 서기호(書記號)인 한자에 대하여, 형태[形]나 발음[音], 그리고 의미[義]를 연구하는 전통적 학문을 총칭한다. 한자의 형태에 관한 연구를 문자학(文字學)이라 하고, 발음에 관한 연구를 음운학(音韻學)이라 하며, 의미에 관한 연구를 훈고학(訓詁學)이라 하는데, 이를 통칭하여 소학이라고 했다.
소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소학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기본 도덕이나 예절, 어린이로서 실천할 수 있는 삶의 테크닉 등이다. 그것은 이른바 ‘쇄소응대진퇴(灑掃應對進退)’와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로 표현된다. 현대적으로 이해하면, 쇄소(灑掃)는 ‘물 뿌리고 쓸기’, 즉 ‘청소하기’에 해당하고, 응대(應對)는 ‘응낙’과 ‘대답’하는 양식에 해당하며, 진퇴(進退)는 ‘나아가고 물러날 때의 인사’로 정돈할 수 있다. 또한 예악(禮樂)은 ‘분별과 조화’를 강조하는 정서 함양이고, 사어(射御)는 ‘활쏘기’와 ‘말[馬] 부리기’를 통한 전투 체육이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정신 통일의 수양이며, 서수(書數)는 ‘글공부와 셈하기’를 통한 지식 습득의 과정이다. 이는 생활 예절과 문예 교육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자는 「소학서제」에서 “옛날 소학에서는 사람에게 물 뿌리고 청소하는 일과 다른 사람에게 응낙하고 대답하는 일,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는 예절, 부모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높이 여기고 벗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방법을 가르쳤다”라고 하여, ‘애친경장융사친우(愛親敬長隆師親友)’의 도리를 강조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소학
유교 전통의 배움 철학’에서, 그 중심 역할을 하는 소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민주적 시대정신을 담은 삶과 교육이 구가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서 책을 편집하였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소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혀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