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를 통찰하기 위한 단 한 권의 책
비트코인 전략자산화에 숨어 있는
미국의 목적과 국제금융질서의 향방
바이든 정부는 비트코인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미국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노출되거나 투자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암호화폐가 북한의 핵물질 구입에 도움이 된다며 안보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미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임을 선언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의식한 선거 전략일뿐 실제 정책적 변화를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의 행보는 트럼프가 일으킨 해프닝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달러가 위기에 빠지고 있는 현재, 트럼프와 그의 전략가들은 비트코인이 달러의 지위를 보조할 수단이라고 판단했으며 중국과 같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을 바꾸려는 국가들에게 비트코인이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가 달러체제라고 부르는 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되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달러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변제의 최종성을 지닌 비트코인은 국가의 통화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통화관리는 경제주권의 핵심 중 하나로 국가가 자국의 경제를 조율하고 안정시키는 주요 수단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국민들이 자국의 화폐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화폐유통을 통제한다. 실제로 우리는 국가가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이나 경기과열을 관리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국가적 경계에 제약을 받지 않는 비트코인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선호할수록 국가의 통화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트 1945체제’ 이후 세계의 리더를 자처했던 미국이 흔들리는 달러의 강건성을 부축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삼겠다는 것이 언뜻 굉장히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비트코인은 법정화폐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비트코인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상은 단선이 아니므로 가까이서 보면 흐름을 거스르는 일탈과 역류들도 많다. 이런 무질서한 사건들은 우리로 하여금 큰 흐름을 놓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이런 지류들이 큰 흐름을 오랫동안 거스르지는 못한다. 비트코인이 한때 반짝하다가 사라질 일탈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질서가 변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이 책이 논증하려는 주장이다.
이 책은 트럼프와 트럼피즘, 비트코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달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포스트 1945체제’부터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유권 분쟁과 경제 전쟁, 아브라함 협정, 한미일 안보, 중국과 미국의 갈등까지 살펴보며 총체적인 관점에서 국제금융질서를 알아본다. 그리고 미국이 제국주의로부터 퇴장하기로 한 구조적 이유와 미국 제국주의의 막바지 불꽃을 장식할 달러 스테이블코인까지 살펴본다. 경제, 정치, 인문학을 아우르며 지정학적 관점으로 살펴보는 국제금융의 역사를 통해 독자들은 다가올 대격변의 시대를 예측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