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미의 시는 평범함 제도권적 여인에서 페미니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진솔하고 겸손한 담론으로 펼치고 있다.
-이형우(시인·문학평론가)
이 책은
하수미 시인의 첫 시조집으로 표제작인 「나 홀로 미고랭」을 비롯해 50편의 시조를 싣고 있다. 다른 시인들의 복잡한 변형 구조와 비교하면 간명한 시조 본연의 모습을 지키려는 이 시조집에는, 시인의 솔직담백한 성품과 삶이 시조 형식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나 홀로 미고랭」 크게 다섯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여행기로, 「도깨비불」, 「나 홀로 미고랭」, 「굴포스」, 「듄」, 「나의 비키니」, 「마담 아이다」, 「작약, 지다」, 「노마드의 잠꼬대」, 「자동출입국심사대」, 「라이스 테라스」, 「리스본 동백」, 「피지 풍경」 등 12편이다. 둘째는 자화상으로, 「주왕산에 오르다」, 「수선 불가」, 「정기 배송」, 「날개」, 「동대구역 환승 이유」, 「당근마켓」, 「예물 시계」, 「탄천교에서」, 「거울과 여배우」, 「무심히」, 「복기復期하다」, 「사과서리」, 「새벽운동」, 「템페스트 3악장」, 「첫사랑」 등 15편이다. 셋째는 가족 이야기로, 「부부」, 「부부별곡」, 「우리집 영 순위」, 「그 집」, 「도다리쑥국」 등 5편이다. 넷째는 세상 이야기로, 「속초, 갯배」, 「로봇청소기」, 「진실게임」, 「배관공사」, 「사장님 한 말씀」, 「한 장 더 주세요」, 「일 분 철학」, 「도시 술꾼」, 「배민」, 「두향지묘」, 「폴로리스트」 등 11편이다. 마지막으로는 시공 이야기로, 「호들갑」, 「봄맞이」, 「기지개」, 「매미」, 「막바지」, 「동지」, 「슈퍼문」 등 7편이다.
이들 작품을 통틀어 ‘길의 시학’, ‘길 위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길은 여정이고, 여정은 몸이 녹은 정서다. 그 정서가 언어로 드러나면 몸시詩가 되는데, 몸시는 관념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시조집은 관념을 배제하면서 문학적 진정성을 추구한다.
하수미 시조집 「나 홀로 미고랭」에 실린 시어들은 듣는 시에서 보는 시, 읊는 시에서 생각하는 시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바깥을 보는 담담함과 안을 살피는 넉넉함이 길 위에서 펼쳐진다. 하수미의 시조를 읽으면 맑고 밝고 곱고 재밌는 시심에 편안해진다. 그러면서도 어떤 환란도 이웃과 함께하고, 사회적 연대를 하면 희망이 된다는 것을 토로하면서 내 안에서 밖으로, 집안에서 사회로 가 있는 길을 보여준다. 이 모든 길 위의 여정을 몸으로 체화해 보여주는 「나 홀로 미고랭」은 넉넉하고도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