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개인사를 공통으로 지닌 어르신들이 글쓰기 동행에 나섰다 『조롱박』을 쓴 작가들은 가족을 해체하는 가난과 전쟁을 겪은 시대다. 이 책은 그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시와 산문이다. 세대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요즘 우리는 ‘꼰대’, ‘라떼’, ‘MZ세대’, ‘신세대’라는 단어로 선을 긋고 산다. 소통 단절이 된 이 시대에 이 책이 그 관점과 기준의 격차를 줄여 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주한다.
글이 주는 아릿함과 아름다움, 울림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크리스토퍼 몰리는 “진정한 책을 만났을 때는 틀림이 없다. 그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과연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책이 무엇일까. 맞춤법이 정확한 문장, 잘 쓰여진 시와 산문일까. 많은 작품을 받아 보고 읽어보았을 때, 과연 이만큼 글이 주는 감동을 느낀 적이 있는지 책꽂이를 가만히 훑어 보았다. 그렇다. 진심이 담긴 글만이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을 새삼 말해 무엇 할까 싶다.
『조롱박』은 고급스러운 어휘도 없다. 미사여구도 없다. 묵직한 언어가 아름다운 노을빛에 산등성이를 편안하게 감싸고 있다. 조롱박 식구들의 글은 매우 쉬운 표현들로 어떤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담백한 글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삶의 연륜이 담겨 있어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도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조롱박 시와 산문은 오래도록 경험하지 않고는 나오지 못하는 삶의 연륜이 들어 있다. 즉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란 뜻의 ‘노 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또한, 이 시와 산문은 지리멸렬하거나 위화감이 없이 술술 읽힌다. 여기서 글의 축이나 글의 전개가 이러니 저러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등단한 시인보다 ‘입말’을 ‘글말’로 써 내려가는 번역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문장같이 굼뜬 수단을 사용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면서 글을 쓴다. 특히 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독자가 행간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롱박 시인들의 글은 쉬우면서도 솔직하다. 솔직한데 순수하고, 순수한데 감동이 있다.
성실하게 살아온 삶이 그 어떤 것보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출간된 책은 어르신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어 어느 글보다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고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첫걸음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조롱박』이 어려운 삶을 살아온 어르신들을 대변하는 선물이 되면 좋겠다.
또한, 어르신들의 삶이 우리에게는 가르침이 되길 바란다.
-정향 이선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