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생활어로 완역한 난세의 고전, 『맹자』
시원시원한 돌직구 화법으로 만나는 맹자의 진면모
맹자, 우리에게는 공자만큼이나 익숙한 이름이지요. 공자 왈, 하면 바로 ‘맹자 왈’이 떠오를 만큼, 맹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대 중국의 유학자입니다. 뜨거운 교육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쓰이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의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학창시절에 배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맹자의 ‘성선설’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맹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맹자와 『맹자』 모두에 대해 말입니다. 아마 『맹자』를 직접 읽어본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왜인지 우리에게 동양 고전은 어려운 한문과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가득할 것만 같다고 느껴지곤 하니까요.
하지만 고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살짝 내려놓으면, 『맹자』는 정말이지 재미있는 책입니다. 『맹자』에는 맹자가 직접 여러 왕들을 만나 나눈 대화 등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문장이 완결성이 있어서 한문을 익히려는 이들에게 첫 번째로 권해지는 책이라고도 합니다. 한문 공부에 도움이 될 정도라니 얼마나 점잖을까 싶으신가요? 놀랍게도 『맹자』에서 만나는 맹자는, 직설적이고도 터프하게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맹자의 말’에 대한 이 책의 역자 임자헌 선생의 말을 들어볼까요?
“처음 만난 맹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국익에 대해 묻는 왕에게 그는 대뜸 “그런 생각은 잘못됐는데요!”라며 대놓고 직설법을 구사했다. ‘호오, 센데?’ 예상과 달리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맹자』에는 권력 앞에서도 ‘쫄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정치철학을 펼치는 맹자의 육성이 가득합니다. 쪼개진 나라들이 전쟁을 거듭하던 중국의 전국시대인데도 맹자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왕들과 당당히 맞섭니다. 여러 왕들과 맹자의 뜨거운 대화를 읽다 보면 마치 생생한 연극 대본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레 몰입이 됩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고전 『맹자』를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한국어 입말로 읽기 쉽게 완역한 책이 바로, 『맹자의 말들』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더욱 빛나는 사유, 우리에게 시급히 『맹자』가 필요한 이유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혼란스럽습니다. 정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갖가지 협잡들, 제대로 된 철학 없이 이익만을 쫒는 무리들, 진실을 보는 눈을 흐려놓는 거짓된 이야기들…. 이런 상황이 오로지 2024년 12월 이후의 일들 때문일까요? 우리 사회를 제대로 꾸려가기 위한 건전한 토론의 정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던가요. 이렇게 속이 시끄러운 ‘난세’일수록 우리 사회에 근간이 되는 근본적인 가치를 찾아야만 합니다. 지금 우리가 빼어난 고전 『맹자』에 눈길을 주어야 하는 까닭은, 맹자가 묻고 또 물었던 그 근본적인 질문들 때문입니다.
맹자는 무엇보다 정치철학자입니다. 『맹자』에는 시대가 변해도 녹슬지 않을 정치와 사회에 대한 맹자의 통찰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맹자는 ‘정치가 무엇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정치는 어떤 마음를 품고 어떻게 펼쳐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하지요. 내 나라에 이익이 될 만한 계책을 묻는 왕에게 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하필 이익의 관점에서 말씀하십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도리나 정의를 말씀하셔야죠! 위아래로 하나같이 이익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나라에 이익은커녕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맹자 말의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습니다. 맹자의 말에는 ‘인간의 선함을 믿고 긍정하는’ 태도가 그대로 배어나옵니다. 너무 마음 편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시나요? 하지만 맹자가 살았던 시대를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의 전국시대에 맹자가 ‘인간을 위한 선하고 올바른 정치’를 단호히 주장했던 이유는, 인간을 위한 ‘도리’와 ‘정의’라는 명확한 토대 위에 비로소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마냥 ‘좋은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를 먼저 치열하게 논한 것이지요. 지금이야말로 『맹자』에 담긴 맹자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점검해야만 할 때입니다.
“현재 우리가 가졌던 기준인 ‘이익’에 입각한 틀이 더 이상 이 나라를 끌고 나갈 수 없는 잘못된 것이란 증거가 온 사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 더 이상 눙치고 있을 수는 없다.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틀을 과감히 개혁해야할 것이다. 여기에 『맹자』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믿는다. 맹자는 어떤 탁견을 내놓고 있을까? 맹자의 말들에, 우리 비장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플러스 알파’
『맹자의 말들』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맹자』를 우리가 쓰는 ‘요즘 입말’로 완역한 책입니다. 너무 세부적인 시대 배경이나 역사 이야기를 덜어내고, 예스런 비유들도 지금 상황에 맞게 수정해 바로 이해되도록 번역했습니다. 위에 맹자의 말들을 인용한 대로,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맹자의 육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해석 아래 덧붙인 역자의 설명문을 통해 조금 더 정확하게 『맹자』라는 고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고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맹자』라는 고전에서 세월의 더께를 훌훌 털고 그 고갱이를 쏙쏙 음미할 수 있습니다.
또 『맹자』를 처음 마주하는 분들을 염두한 책이지만, 이미 여러 번 『맹자』 읽은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맹자』에 담긴 빛나는 질문과 통찰들이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단장하는 모습이 색다른 흥미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역자 임자헌 선생의 바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맹자가 말하고자 했던 그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첫 번째 의미를 두었으니, 이 번역을 통해 맹자가 꾸었던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이 독자에게 편안하고 순하게 다가가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걸어갈 세상은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선하고 밝은 곳이 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