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국밥처럼 뜨건 김이 오른다. 그의 시는 외로운 울음소리가 들린다. 실패와 성공 사이, 달빛과 어둠 속에 서성거린다. 그의 시는 찬 겨울 골목을 서성이는 붉은 노을의 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자의 설움이자, 생의 쓸쓸함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고독한 시다. 그의 시는 꿈과 욕망이 뒤엉켜 현실로 드러난다. 하여 그는 ‘시와 밥’ 사이를 헤매며 혹독한 ‘지금’을 뚫고 나간다.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그는, 희망의 불사조이다. 동일성의 시 정신을 추구하는 그의 시적 어조는 직유적이다.
나는 침몰하지 않는 배
실패의 능선을 넘어 검은 구름을 지나
폭우가 쏟아져도 뚫고 나가리
군데군데 피 맺힌 상처들 만나도
꺼꾸러지지 않으리
슬픔과 고통을 모두 안고 생을 건너리
아아, 붉은 핏빛의 노을을 타고 넘는 것을
하늘 저편은 알고 있으리
나는 침몰하지 않는 배
그 어떤 해일이 닥쳐도 정면을 응시하리
- 「침몰하지 않는 배」 전문
그는 「잡초」에서도 밝히듯, “배고파 훌쩍이던 그 한밤중의 거리에서도” 좌절하지 않은 것은, 그에게 잡초와 같은 근성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챈다. 망망대해에서 그 어떤 태풍과 해일이 몰려와도, 그는 결코 「침몰하지 않는 배」이다. 파란만장한 삶의 “폭우” 속을 뚫고 나온 그의 끈질긴 집념은 독하다. ‘나’와 ‘배’를 연결하는 은유는, 단순한 문학적 수사를 뛰어넘는다. 결단코 “꺼꾸러지지 않으리”라는, 무서운 삶의 ‘본질’을 함의한다. 이런 차이성 속의 동일성은 시적 미학을 끌어올린다. 시인의 “슬픔과 고통을”, “하늘”과 “붉은 핏빛의 노을”은 알고 있다. 하여, 그는 “침몰하지 않는 배”가 될 수 있다. 실존의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도전은 멋지다.
- 김동원의 해설 「서성거리는 자의 노래」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