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인생의 절반쯤에서 비로소 만난 내가 될 자유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도 어제처럼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상의 95% 정도는 이와 비슷하게 반복된다. 대부분이 아무 의식 없이 자동조종 모드에 따라 움직이면서 오늘도 어제처럼 산다. 인생의 전반부에는 그래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독립, 성공, 인정과 같은 외적 성취를 좇으며 자아(ego, 사회적인 나)의 만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에 내면을 돌아볼 여유도, 의문을 제기할 겨를도 없는 탓이다. 하지만 자아 아래에는 무의식을 포함한 더 큰 전체로서의 ‘자기(Self)'가 있고, 이 자기는 인생 후반기가 시작되는 마흔 즈음부터 ’이게 정말 내가 원한 삶이었나?‘ 하는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
때로 혼란으로, 우울과 무기력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실망으로 찾아오는 이러한 의문은 인생 후반기의 삶을 지진처럼 뒤흔들어놓는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는 재난이 아니라, 더 큰 자기가 보내는 초대장이기 때문이다. 이 초대는 의식과 무의식, 빛과 그림자를 모두 포용하는 전일성(wholeness)을 향한 첫걸음이다. 융은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나에게 일어난 일, 축적된 낡은 역사는 자기를 만나는 길을 막아선다. 환경 앞에서 우리 존재가 무력하다는 압도의 경험, 세상이 우리의 필요를 충족해주지 않는다는 결핍의 상처, 가족이나 사회문화가 강요해온 가치가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이제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온전한 나를 만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인생이라는 긴 드라마의 모든 장면에 변함없이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이 ’나‘임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지금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헤매는 것은 다른 사람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융이 말했듯, 우리는 나에게 일어난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모습으로 성장해나가야 하고 그럴 수 있다. 인생 후반기에는 용기 있는 선택으로 자기 인생의 각본을 스스로 써나가야 한다. 비록 두려울지라도 지금껏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페르소나(잠정적 인격, 가면)의 손을 놓고 ’나다움‘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더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내가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면, 삶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면, 자동조종 모드를 해제하고 나만의 여정을 시작할 때이다. 이 여정을 통해 자기실현을 향한 내면의 에너지, 삶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더 큰 전체와 연결되는 충만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대, 왜 익숙한 작은 신발을 신고 걸으려 하는가?”
영혼이 요구하는 더 큰 삶을 살기 위하여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 결별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길을 택한다는 것이 위험한 모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보자. 침대에 누워 삶을 돌아보며 두려움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보여준 적이 없고, 인생을 제대로 산 적이 없었음을 깨닫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보다 더 큰 후회가 있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각인된 무력감, 세상은 크고 나는 작다는 두려움, 익숙한 불편함에 안주하려는 마음은 우리 발걸음을 붙잡지만, 영혼은 더 큰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 내면에서는 매일 전진과 퇴행이라는 쌍둥이가 대화를 나눈다. 자아는 낡고 작은 신발을 신고 안전한 자리에 머물라 하지만, 영혼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며 부드럽게 재촉한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제임스 홀리스는 이 갈림길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며 명쾌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 선택이 나를 확장시킬 것인가, 아니면 축소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작은 나로 퇴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자기를 만나 자유롭게 확장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연의 열망이다. 진정한 성장은 두려움을 살며시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조금 더 큰 신발을 신어보기로 마음먹는 순간 시작된다. 비록 첫걸음은 불안정할지라도 그 흔들림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이 여정을 이어가는 동안 더 풍부한 경험과 더 넓은 시야 그리고 더 깊은 의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자 의미로 가득한 충만한 삶의 비밀이다.
“왜 살던 대로 살면서 다른 삶을 꿈꾸는가?”
자기, 관계, 일의 의미가 선명해는 융 심리학의 지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건 자기기만이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수레바퀴에 묶인 듯, 과거의 패턴이 현재의 선택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매일을 불만족 속에서 반복하며 살아간다. 책은 이 무의식적 패턴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자기 이해, 관계, 가족, 일 등 인생 전반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이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관계에서 겪는 반복된 실망,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가족의 무의식적 유산, 일상의 노동 너머에 있는 진정한 소명까지. 홀리스는 이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우리를 제한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안은 발전의 신호이고, 우울은 퇴행의 징후이다. 불안에 지지 않고 변화 앞에 기꺼이 설 때, 인생 후반기는 본연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진정한 성장을 향한 여정에서 『마흔에 읽는 융 심리학』이 지도이자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