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드는 패권 경쟁과 생존 게임
미국은 기존의 왕좌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그 자리를 노리며, 북한은 여기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고자 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욕망의 사슬로 얽혀 있는 이들의 관계는 동시대의 표면적 현상만 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길게는 수백 년, 짧게는 수십 년에 걸친 지정학적 배경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이를 돕기 위해 이 책은 미국과 중국, 중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 순으로 각국 간에 있었던 정치·외교적 사건들을 돌아본다.
1장은 세계 패권 경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살핀다. 중국은 어떻게 미국의 라이벌로 부상하게 된 것일까. 저자는 냉전 구도하에서 적대 관계로 지내다 우호 관계로 돌아서게 된 닉슨 대통령의 방중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소련 연대를 위해 뭉쳤던 양국이 협력과 견제, 경쟁 관계로 함입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미국 정부별로 정리했다. 2장은 혈맹과 숙적을 오가는 북한과 중국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양국 관계를 잘 모르는 이들은 중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서슴없이 반중 행태를 저지르는 북한이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저자는 양국의 역사적 배경을 촘촘히 되짚음으로써 이 같은 이중적 관계가 형성된 과정을 보여준다.
3장은 트럼프 정부 들어 급격히 가까워지는 북한과 미국을 다룬다. 북한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국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미중의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다. 4장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다룬다. 격돌하는 미중과 그 사이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북한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거시적 안목과 균형 잡힌 시선에서 도출한 제언을 내놓는다.
한국의 활로 모색을 위한 지정학 읽기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한국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거시적 관점에서 국제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한국이 놓인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 주목한다. 한국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밀접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과는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중 경쟁의 핵심 카드로 떠오른 북한과는 삼팔선을 두고 휴전 상태라는 특수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저자는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계속 협상을 시도한다는 가정하에 한국이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중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핵 문제라는 첨예한 갈등 요인을 살피며, 이 같은 관계를 다루기 위해 뿌리 깊은 적대감을 해소하고 화해의 길로 나아간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그는 “자연계에 중력장이나 전자기장이 있듯 국제 세계에는 지정학의 장(場)이 존재한다”라며 “주로 강대국들의 전략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힘의 공간에서 어떤 위치를 선택하느냐, 혹은 선택하도록 강요되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라고 말한다.
도약을 하려면 현재 자신의 위치를 냉철히 파악하는 것이 언제나 필수다. 트럼프 신정부 시대를 맞아 한국,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모색한 이번 책이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가진 이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거시적 안목과 균형 잡힌 시선으로 분석해 낸
대한민국의 현 위치, 그리고 미래
트럼프는 왜 김정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와 대화하려고 할까? 어떤 사람은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그런다고 본다. 트럼프가 이상한 사람이라 이상한 김정은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독재권력을 부러워해서 그런다고 추측하기도 하고, 트럼프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김정은에게 접근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적절치 않다. 트럼프는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김정은을 대하고 있다. 국가 관계는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다.
국제정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매우 불확실하다. 현대 국가는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해 나름의 합리적 이론을 바탕으로 핵심 관계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정책을 결정한다. 트럼프도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