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예술과 혁신
송승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공연 제작자이자 〈난타〉라는 전례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는 모두가 아는 대로 아역배우로 출발해서 연극배우, TV 청춘스타, 뮤지컬 제작자 및 공연기획사 대표로, 그리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감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예술산업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뮤지컬과 공연 제작의 선구자로서,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 말려"와 "고래사냥"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 산업의 기반을 다졌다. 그의 노력은 단순히 공연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했고, 그가 만들어 낸 사례들은 오늘날 예술기획 및 경영 분야에서 기억해야 할 매뉴얼이 되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사람은 구자흥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연극’을 꿈꾸며 한국 연극계의 기초를 다져 온 장본인이다. 기획의 개념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당시 문화예술계에서 최초의 유급기획자라는 이름을 얻었고, 〈햄릿〉 등 내로라하는 큰 공연 등을 성공시켰다. 또한 베세토연극제 와 같은 국제 협력을 통해 우리 공연예술을 세계에 알렸고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신진 예술가들의 성장을 지원했다. 여러 문화예술기관의 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일반 대중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하는 등 관객 개발과 예술 대중화에 힘쓰며 바람직한 공립극장 운영의 틀을 제시하기도 했다.
극장을 사랑한 공무원이었던 박희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처음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담당자로 시작해 공연예술가들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예술현장의 문제를 고민하며 ‘평생 현역인 기획자’로 살아왔다. 또한, 국내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 지원했으며, 요요 마, 케니 지와 같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국내 무대에 소개해 관객들에게 폭넓은 문화 경험을 제공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술을 통해 모두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문화예술의 수요를 늘리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는 그는 척박한 국내 공연예술, 특히 클래식 공연의 대중화를 이끈 1세대 기획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3인의 선배 예술경영인은 K-문화예술의 힘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때부터 지금의 뜨거운 K-컬처 열풍을 이끄는 데 누구보다 힘써서, 몸소, 꾸준히 외길을 달려온 이들이다. 그들은 국내에 예술경영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전부터 예술 분야에서 체계적인 경영의 기틀을 구상하고 직접 실현해 왔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에 대해 이렇게 역설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문화의 힘(백범일지 中 나의 소원)
선생의 말대로 이제 K-문화예술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났다. 이러한 때에 우리의 콘텐츠가 전 세계로 나아가 지구촌이 즐기고 함께 하나가 되는 데 더욱 이바지할 수 있는 뛰어난 예술경영인들에 대한 기대도 크지고 있다.
《예술경영의 시간》은 3인이 예술경영인으로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와 그들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수많은 작품, 그리고 예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소중한 자료이다. 오랜 시간 그들이 다져온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가득한 이 책이 예술경영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든든한 길잡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누리는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즐거운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