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갈 수도 없고 건너뛸 수도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한 단계이다. 이 시기를 잔뜩 기가 꺾이고 움츠러들어 포기하고 절망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고, 지금까지 쌓아 온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꾸려 내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시기인데, 한쪽은 잉태의 기능을 상실한 결함 있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고, 다른 한쪽은 무거운 굴레를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가 된 존재로 자신을 인식한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나는 갱년기 이미지는 부정적이거나 희화화된 형태가 많다. 정확한 정보 없이 막연한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과장된 증상만 부각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만 무성하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준비 없이 갱년기를 맞은 사람들은 힘겹고 외로운 사투를 벌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과 다름없이 갱년기를 치열하게 겪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갱년기를 시들거나 메마르고, 중단되고, 쇠약해지는 시기가 아니라 다시 피어나고, 새로 시작하고, 단단해지는 시기로 본다. 예상했던 것보다 고달프고 힘들긴 하지만, 힘쓴 만큼 힘이 되는 역량이 생겼다고도 한다. 나이 듦을 담담하게 수용하겠다는 의지, 취약한 몸 상태를 적극적으로 돌보려는 마음의 강인함,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균형을 잡으려는 태도, 복잡한 인간관계를 관조하는 시선까지. 그 모든 것이 갱년기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1년 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했다. 그리고 그 열매를 책으로 엮었다. 딱딱한 이론이나 추상적인 담론보다는 본인이 직접 체험한 경험에 녹여 생생하고 공감가는 이야기로 조곤조곤 들려준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현명한 조언을 해 주는 오지랖 넓은 동네 언니처럼. 긴장 풀고 듣다 보면 어느새 갱년기를 뚫고 올라갈 힘이 생기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의욕이 샘솟고, 본격적으로 자신을 사랑할 빈자리가 마련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갱년기의 정의이다.
자신의 갱년기 언어를 찾기 위해 쓴 이 책이 각자의 갱년기를 긍정하고 기념하는 언어들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조만간 꼭 이루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