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친구…
50 이후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가
50 이후에는 퇴직과 은퇴, 자녀의 독립, 조부모가 되는 경험, 부모 형제 혹은 배우자와의 사별 등 다양한 관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성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가기보다는 주체적으로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관계를 ‘두 사람이 함께 키우는 나무’로 비유한다.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관심, 보살핌, 사랑, 소통, 신뢰, 상호 존중 등이 필요한 것이다.(47쪽)
ㆍ 좋은 부부는 싸우기도 잘한다
갈등이 없는 부부는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부부 관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잘 싸워야 한다. 저자는 발전적인 ‘싸움의 기술’로 적절한 시간과 장소 선택하기,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히도록 시간 갖기, 관찰·느낌·욕구·요청의 기술을 활용한 비폭력 대화법 구사하기, 부부 싸움의 목적을 분명히 알기, 작은 싸움 자주 하기, 배우자의 원가족 문제로 확대하지 않기 등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성적 이끌림, 낭만적인 기대가 사그라진 50대 이후의 부부에게는 더 깊고 성숙한 정서적 유대와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필요하다.(97쪽)
ㆍ 캥거루 자녀와 잘 지내려면?
취업난, 집값 상승, 고물가 등으로 자녀의 독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캥거루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5060 부모가 많다. 부모의 기준으로 ‘정신을 못 차린 자녀’에 대한 실망감, 미움, 분노, 화, 후회, 수치심,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을 향해 미움을 느끼는 자신을 자책한다. 이런 자녀와 잘 지내려면 어떤 모범 답안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변해 가는 삶의 조건 속에서 어떤 선택이든 가능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잘 지낼 방법을 고민하자. 부모가 죄책감과 자책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면 그걸 보는 자녀들 역시 마음의 짐을 안게 된다. 부모가 먼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69쪽)
ㆍ 부모의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50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부모의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자녀 양육의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한숨 돌리는 순간, 이제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때 혼자의 힘이 아니라 형제자매라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형제자매는 잘 조직된 한 팀으로 부모 돌봄에 임해야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이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하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것처럼, 각 형제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부모 돌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소통하고 부모의 요구와 각자 자신의 감정, 걱정, 선호 사항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형제자매 간에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감사를 표현하며 상대방의 수고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147쪽)
ㆍ 친밀한 친구만큼 가벼운 친구도 중요한 이유
50 이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음을 깨닫고 남은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친구 관계는 경제 상황, 정치 성향, 종교, 신념, 가치관, 취미 등 동질성을 기반으로 더 선택적이 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정리했던 친구와 지인들이 내 삶의 무대에서 영영 퇴장한 것은 아니다.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현재 삶의 우선순위와 여건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빈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또 용기를 내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친밀한 관계와 가벼운 관계 모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친구를 사귀기에 늦은 때란 없음을 명심하자.(190쪽)
50 이후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들
우리는 어떻게 지혜롭게 나이 들 것인가
50 이후는 관계 문제, 일과 장래, 신체적 노화와 죽음 등 여러 이유로 자신과 마주해야 할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 현실의 삶을 보살피는 것만큼 정서적 삶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50 이후 겪는 삶의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감정과 지혜의 성장이다. 젊은 시절에는 외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면 50 이후에는 내면의 세계를 발견하고 키워 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5060은 지금까지 삶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앞으로의 남은 삶도 이렇게 살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젊은 시절에 비해 큰 변동 없는 일상에서 느끼는 안정감, 더 나아가 때로 지루함이나 무료함, 다양한 정서적·실제적 이별로 인한 슬픔과 연민, ‘음주를 줄이고 꾸준히 운동할걸, 부모가 원하는 삶보다 내 꿈을 좇을걸, 그때 그 사람과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돈을 아껴서 저축에 더 노력할걸, 아이와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등 수많은 실수와 잘못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건강을 잃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치매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등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앞으로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225쪽)
이런 감정들을 잘 이해하고 보다 능숙하고 세련되게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감정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감정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핵심은 공감이다. 말이 다 담지 못하는 감정은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며 이것을 알아차리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 5060이 감정과 공감을 배우고 연습하면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충만한 삶을 만들 수 있다.(240쪽)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지혜의 성장이다. 50 이후는 삶의 목표가 되어 지금까지 우리를 이끌어 왔던 많은 것을 내려놓는 시기다. 새로운 삶의 이정표로 ‘어떻게 지혜롭게 나이 들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지혜란 ‘복잡한 인간 문제에 대한 실용적이고 창의적이며 맥락적으로 적절하고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면 자신과 타인, 세상과 인간관계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것은 지식이 많고 적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265쪽)
지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명상과 마음 챙김, 경험에서 배우기, 호기심과 지속적인 학습, 자비와 공감 실천, 철학적 사고와 성찰, 균형 잡힌 생활 등이 있다. 저자는 특히 호기심, 지혜로운 사람과의 만남, 자기 이해를 추천한다. 독서와 공부는 호기심과 지혜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 물론 요즘은 유튜브나 인터넷을 이용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책이 더 효과적이다. ‘남을 많이 아는 자는 박학다식하다고 할 수 있으나, 자신을 이해하는 자는 깨달음을 얻는다’라는 말처럼 자기 이해는 지혜의 성장에 특히 중요하다. 자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상담이나 정신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281쪽)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70대와 80대, 더 나아가 90대는 신체적으로 연약해지고 삶의 많은 영역에서 의존성이 높아지지만 반면 삶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찾기도 한다. 흔히 자아 통합과 죽음은 노년기의 과제로 여겨지지만 사실 모든 연령대에서 중요하다. 노년을 잘 대비하게 해 줄뿐 아니라 현재의 삶에 더욱 집중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50대 남성 환자는 ‘스스로 샤워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아버지가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셔서 모시느라 힘들었다. 나는 자식들에게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의 대답에서 나이 들어 의존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조 능력을 잃는 것은 고령의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사고나 수술, 지적 장애나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자조 능력을 잃을 수 있다.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어느 나이에나 발생할 수 있다. 신체적 제약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자율성의 새로운 시험대이자 노년기의 성장점이 될 수 있다.(292쪽)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적 성장과 자아 통합이다. 영적 성장은 물질적 성공이나 개인적 성취와 같은 욕망과 욕구를 넘어 삶의 본질적 의미와 더 높은 차원의 만족을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영성의 발달을 통해 삶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 자아 통합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인생을 만족스럽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수용하는 상태다. 자아 통합은 어느 순간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주변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생에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 보는 것은 영적 성장과 자아 통합에 도움이 된다.(305쪽)
5060은 부모의 죽음과 가까운 시기다. 이러한 상실 경험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과거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죽음 불안이 증가될 수도 있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의 모든 지구인을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했다.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하다는 것, 우리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일과 관계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갈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감사를 표현할 것 등을 알 수 있었다. 또 죽음을 두려워하며 외면할 것이 아니라 마주해서 바라보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330쪽)
죽음에 대한 준비는 단지 죽음 자체를 대비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와 관련되어 있다. 5060에게 죽음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죽음을 준비하면 남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예감은 삶을 더욱 충실히 살게 한다. 죽음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평온하게 받아들일 때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한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곧 보다 건강하고 새롭게 나이 들어가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