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현경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이다. 안전모에 작업화, 커다란 공구를 든 여성 노동자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철도와 자동차, 건설 대형사업장에 이런 여성 노동자들이 소수 존재한다. 남성 동료와 같은 침실을 쓰고 여자화장실이 없는 현장에서 24시간 맞교대를 하던 ‘명예 남성’ 철도 여성 노동자, 국적을 넘는 가부장제하에서 5순위로 고용되는 건설 여성 노동자(한국 남성-중국인-탈북민-이주 남성 노동자-한국 여성). 남성 중심 사업장에서 이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이 책은 증언한다. 중국 사회주의는 ‘남성과 여성은 같다’는 전제하에 ‘강철같은 여성’ 노동자를 배출하였으나 1980년대 글로벌 자본 유입으로 단절과 급속한 성역할 이분화를 겪었다. 이와 달리 한국 사회는 노동조합을 통해, 미투운동을 계기로, 지식을 통해 비로소 ‘페미니스트 노동자’ 집단을 탄생시켰으며, 그 한가운데 단아하고 금강석같이 견고한 ‘여성’ 노동자 이현경이 존재한다._김미란(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남초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 작업장에 잘못 들어온 아줌마. 공기업, 형식상 임금표와 직급체계에서는 남녀 차등 적용이 없지만, 기본급표의 호봉이 다르고 진급이 다른 회사. 그래서 남성 동기 대비 가장 늦게 여성이 진급하는 회사. 무궁화호의 객차를 뗐다 붙였다 하는 근력이 필요한 회사에서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성 노동자에게 좋은 것은 남성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설득과 함께 장비를 바꾸고 일터를 바꾸어온 사람. 성별분업의 축소판인 노동조합에서 활동가가 되고 노동조합의 남성카르텔에 맞선 사람. 이현경은 조용히 그리고 씩씩하게 이런 일들을 해왔다. 페미니즘은 읽히지만 노동자 이야기는 잘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쓱쓱 읽히는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써낸 것을 보면 그녀의 글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분노와 슬픔이 몰아치지만 위로와 연대의 힘을 불쑥 솟게 만드는, 한 사람의 생애를 만나고 페미니즘을 엿보고 나 자신을 발견한다._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참 반가운 책이다. ‘여성 문제와 노동 문제’를 같이 걸머지고 분투하는 여성 노동자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 이 책은 남성 다수 사업장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필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 다수 사업장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을 ‘여성 노동자의 시각’으로 연구한 책이다. 이 책은 작업장, 노동조합,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위치를 돌아보며, 특히 작업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저항과 페미니즘의 만남을 주시하였다. 여성 문제나 페미니즘 관련한 많은 책이 출판되었지만, 이 책은 처음으로 작업장에서의 여성 노동자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때문에 여성주의와 노동운동의 결합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아니 여성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_유경순(한국여성노동사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