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며”
국가 위기 상황,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도종환 시인, 음악가 하림 강력 추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는 책과 연결된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사내라면 모름지기 평생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고, 서양에는 “All leaders are readers”(모든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파병을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남긴 이 문장은 몇 해 전 “Readers are leaders”(책 읽는 사람이 지도자)라는 표현으로 변주되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독서를 멀리하는 대통령을 꼬집는 미국 시민사회의 캠페인이었다.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지 늘 궁금해하고, 편향되고 비합리적인 지도자의 언어로부터 독서의 부재를 읽어내며, 대선 후보의 추천 도서를 유심히 살피는 검증 관행을 치르는 우리 사회 역시 지도자와 책을 긴밀하게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독서율과 독서량이 감소하는 지금과 같은 때에도 여전히 지도자에게 독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까닭이 무엇일까? 책은 ‘나의 판단을 검증하고 의심하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애써 노력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성찰할 기회를 마련하기 어려운 권력의 중심에서 책은 타인의 삶, 타인의 생각과 심도 있게 연결되는 통로다. 또한, 국민 전체를 대리하면서도 개별의 삶과 만나기 어려운 대표자의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인간은 실수, 실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기회를 무수히 갖게 됩니다. 대통령의 독서는 과거의 교훈을 새기고 국가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그려보는 창입니다. 5000만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_〈책을 펴내며〉 중에서
“대통령의 독서는 비단 한 사람의 독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독서다.”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들려주는
시대를 비추는 지도자의 책, 말, 글
민주주의 정신을 크게 고양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몇 세대를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된다. 장 자크 루소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기치로 요약되어 프랑스혁명을 불러왔고,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사상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전후 세계 질서를 새롭게 일으켰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은 간디와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을 감화시켜 흑인ㆍ노예 해방, 권리 신장 운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듯 말과 글이 세계를 바꾸어 왔기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 국민을 대표하기로 한 대통령의 한마디에 우리는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고도의 정치 행위”(8쪽)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가치관, 역사관, 인생관, 세계관이 담긴 한마디는 대중에게 널리 전달되고, 국정 운영의 철학이 되고, 정책으로 실현되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무엇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말과 글에 담겨 전달될 수밖에 없기에, “대통령의 독서는 이 나라의 독서”(14쪽)가 된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이야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사회 전반에 탈권위주의와 수평적 리더십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같은 시기, 독점ㆍ특권 문화를 비판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상을 제시하는 《소유의 종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이 ‘대통령의 책’으로 회자되고 널리 읽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 중에 읽은 《제3의 물결》은 수십 년 뒤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힘쓰겠다”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 정보 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닦아 나가겠다”는 취임사가 되었고, “지금, 그 꿈은 대부분 실현되었다”.(23쪽) “군사적 핵과 평화적 핵은 쌍둥이”(《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기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문〉에 닿았다. 《소년이 온다》를 추천하며 광주 정신을 ‘시민 한 명 한 명의 의지’(192)로 호명한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사〉와 “평범한 시민의 힘”을 강조하며 광주 정신과 촛불혁명 정신을 연결한 글 〈평범함의 위대함〉(《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기고문)을 발표한 대통령이 시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어젠다를 제기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를 신설한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독서가 곧 대통령의 독서”
꿈꾸는 사회를 현실화하는, 책이라는 도구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 담화문, 기고문 속에 인용ㆍ참고된 독서의 자취를 따라가는 이 책은 어떤 책들이 그의 생각의 토대가 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한 시대를 비춘 말과 글로 재탄생했는지, 그 말과 글이 당대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 경로를 자세히 안내한다. 지나간 언어를 곱씹고 내일을 위한 언어를 상상하게 한다.
또한, 널리 공감받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말과 글이 어떻게 가능한지 실용적인 차원에서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한다. “서너 권의 책을 읽고 연설문 딱 한 줄을 쓰는 날이 비일비재”했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수많은 현장 경험, 꼼꼼하고 성실한 자료 조사, 연설문 전문과 발췌문을 번갈아 살피며 대통령의 생각의 지도를 촘촘히 따라가는 구성으로 신뢰받는 언어의 비결을 밝힌다.
나아가 ‘대통령의 독서’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타인과 공존하는 사회를 그리는 마음으로 정의와 민주주의, 경제와 과학, 외교와 통상, 역사와 인물에 대한 책을 읽어 본다면” “그것이 곧 대통령의 독서”라고 역설한다. “대통령 역시 그런 당신을 함부로 생각할 수”(14쪽) 없다고 격려한다. 무분별하고 파괴적인 언어가 국회를 타격하는 실체적 힘으로 바뀌던 그날 이후, 헌법과 민주주의 관련 서적의 판매가 급증했다. 어떤 사회를 꿈꾸어야 할지, 꿈꾸는 사회를 현실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책을 통해 길을 찾는 일은 꼭 대통령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을 새삼스레 절감한 이들에게 이 책은 힘과 용기, 영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