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기후변화 보고서’다.
IPCC가 1990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원리와 사회·경제적 영향, 그에 대한 대책을 밝힌다. 각국 정부가 세우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부터 신문 기사, 기후 관련 도서들에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되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지구 곳곳의 기후변화를 톺아보는 만큼, 주제의 범위가 무척 넓고 분량도 1만 페이지가 넘는다. 전 세계 과학자 700여 명의 연구 결과가 사실 그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숫자, 괄호, 출처로 가득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고서가 말하는 ‘희망과 변화’에까지 닿기 힘들다. 심해지는 지구온난화를 뜻하는 수치들에 두려움을 느끼는 데 그친다.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변화에도 ‘이미 늦은 거 아냐?’ ‘나 하나 한다고 되겠어?’ 하며 손을 놓는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에 가장 책임이 적은 청소년이 기후 행동에 나섰다. 지역 청소년 환경동아리들은 훼손되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 직접 찾아가고, ‘청소년기후행동’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책은 앞선 세대의 방관을 인정하고, 청소년들의 기후 행동에 함께하며, 더 많은 이가 지금 당장 기후 행동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인류의 교과서’ ‘인류 생존 가이드’
IPCC 기후변화 보고서를 청소년 눈높이로 풀어낸 책!
《지금 당장 기후 토론》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추령 선생님이 읽어 주는 ‘미래 지구로 가는 희망의 길’
이 말부터 꼭 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기후위기’ ‘6번째 대멸종’ 등 세상에 온갖 사이렌이 울리는 상황이라면 정말 억울했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시작은 분명한 사과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또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희망과 변화입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지금 당장 기후 토론》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로 미래 세대 가까이에서 기후변화를 이야기해 온 저자는 방대한 보고서 중 우리가 지구를 위해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변화가 만들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보여 주는 내용들을 추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자주 묻는 질문(FAQ)’에서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 둬야 할 개념들과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행동들을 가려 뽑은 것이다.
책은 보고서 내용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다채로운 비유와 친절한 해설과 그림을 더하고, 다른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는 기후 행동의 다양한 예를 통해 청소년 독자가 보고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미국의 넷제로 에너지 건물, 인도네시아의 휘발유 보조금 폐지와 활용 정책 등이다. 과학기술로 지구 기온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태양 지구 공학 실험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소개했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내용을 먼저 보고,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 속 QR 코드로 IPCC 공식 사이트나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 영문 또는 국문 보고서를 내려받고 직접 살펴보면 된다. 〈IPCC 제6차 평가 보고서〉의 자주 묻는 질문 목록 전체를 우리말로 옮긴 부록을 가이드로 삼을 수 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궁금증과
기후 행동의 효과에 대한 명쾌한 답변
기후위기를 말하는 모든 곳에 함께할 필독서
탄소중립과 넷제로는 어떻게 다를까? 1.5도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나 하나 행동한다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지구를 위해 소비를 줄이면 삶의 질이 나빠지지 않을까? 개인이 아닌 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건 어려울까? 탄소중립이 되면 기후변화가 멈출까?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평소 기후변화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 보고서의 답변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되, 오개념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맥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섬세하게 다듬었다.
많이 들어 봤지만 정확히는 몰랐거나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하자는 목표가 설정된 이유, 미세먼지를 줄이면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 북극 얼음·구름과 연관된 기후 시스템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과정, 2050년까지 사람들의 수요 변화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70%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미래의 지구 온도 변화 예측, 극한 기상현상이 자연과 인간 시스템의 대처 능력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길, 더 많은 탄소배출 없이 누구나 괜찮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 또한 담겨 있다. 당연히 모두 데이터와 연구로 이끌어 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다.
결국, 인류와 자연이 모두 안녕한 지구를 만드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실천에 대한 이야기
이 근거는 기후위기에 윤리적으로 접근해 기후 정의를 실현하라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많은 숫자와 그래프가 ‘피해는 가장 약한 곳에서 가장 크게 일어난다’고, 그러니 ‘약한 곳을 안전하게 만들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친환경 도시 ‘에코 애틀랜틱’과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 빈민가 ‘마코코 마을’이 공존하는 나이지리아의 현실이 바로 그 예다.
책을 읽고 나면 채식 위주로 먹고, 물건을 덜 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금의 도시 환경을 바꾸고, 끝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기후위기가 가져올 양극화를 막으며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를 설계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릴 것이다. 기후 행동의 효과에 확신을 가지고 지구를 위한 실천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세상을 바꾸는 이 일에 함께하자 권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