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 대한민국(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선진국 지위 변경은 유엔무역개발회의가 1964년 설립된 이후 유일한 사례로,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2021년에 한국의 지위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유엔과 한국의 관계, 국제법치주의 증진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정리하고, 유엔의 다자외교 의제에 관한 한국의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 유엔의 역할
국제사회는 국가 간 상호 의존관계를 매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제관계를 구축해 온 대표적인 플랫폼이 바로 유엔이다. 유엔은 글로벌 복합위기로 불리는 급격한 국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관계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국제법과 다양한 국제기구를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엔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국제 분쟁과 사태를 정의와 국제법 원칙에 합치되도록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유엔은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상실, 국제분쟁과 무력충돌, 펜데믹 등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측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 조약과 문서들을 채택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유엔 다자외교 활동과 국제법치주의 증진을 위한 노력
한국은 정부 출범부터 6·25전쟁과 휴전, 냉전기의 남북관계, 급속한 경제발전, 정치적 민주화, 선진국 지위 획득에 이르기까지 항상 유엔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1948년 당시 유엔 한국임시위원회의 지원하에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정부를 출범시켰다. 정부 출범 후에는 총회 결의에 근거하여 국가승인을 얻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한국은 유엔에 정식으로 가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구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매번 가입이 좌절되었고,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로 유엔 외교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냉전이 종식되면서 한국은 1991년 뒤늦게 유엔에 가입할 수 있었고 다자외교의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유엔 다자외교 활동에 참여하고 국제법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은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과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했으며, 활발한 다자 정상외교를 추진했다. 또한 총회와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배출했고, 유엔을 대표하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한국은 유엔이 다자외교 의제로 설정하고 있는 평화유지활동, 군축, 환경, 인권, 마약 퇴치, 국제법의 발전 등 범세계적 문제와 관련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엔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 유엔과 남북관계, 유엔과 국제법치주의, 유엔과 국제평화, 국제환경법,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 국제인권법, 유엔 해양거버넌스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유엔의 다자외교 장에서 앞으로 한국이 어떠한 방향에서 다자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국제평화와 국제법치주의 증진을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선진국으로서 환경, 기후위기, 인권, 해양 등 다자외교 의제에 어떠한 입장을 정립해 나가야 하는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