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보통 선생님의 바람, 그리고 이야기
‘학교는 안전하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학교의 모습은 위태롭다. 선생님도, 아이도, 학부모도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이 분명함에도 각자 다른 이유로 상처를 한 움큼씩 안고 있는 듯하다.
『보통 선생님, 바람』 황지현 작가는 34년 차 초등교육 교사이다.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하며 34년간의 교직 생활을 되돌아봤다. 여느 교사와 다를 것 없이 힘들 때도 있었고 교직 생활에 위기가 찾아올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맑은 아이들을 보며 긴 세월을 버텨냈다. 그 모든 교직 생활 현장이 책 속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작가는 생각지 못한 돌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무작정 미워하기보다는 교사로서, 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애쓴다. 그런 작가의 마음이 책 속 페이지마다 은은하게 녹아있다. 작가의 애정어린 여정은 페이지 사이사이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그러한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개인의 것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학교 존립의 의미
그곳에서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것
오늘날의 지나친 경쟁은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내 것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또한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무작정 혐오하고 배척하는 모습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익숙한 단면이 되었다.
황지현 작가는 그렇기에 학교 역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보통 아이도, 보통 선생님도, 보통 학교도 없으며 모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고유하며 그래서 특별하다는 작가의 교육 철학은 무한 경쟁과 혐오가 일반화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각 반의 학우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닌 협력하고 마음을 나누는 대상이며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진정 필요한 덕목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학업이 교육의 목적이 아닌, 살아감에 필요한 지혜로움을 쌓는 곳. 각박한 사회일수록 학교는 온화하고 안전한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으면서도 또 어떤 날은 그냥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는 작가의 바람이 더욱 진솔하게 들리는 이유는 작가 역시 학교 안에서 홀로 특별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 아이들의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나마 떠오르는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늘 같은 모습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지켜주던 사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드는 사람. 작가의 바람처럼, 많은 아이들은 어느 보통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추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