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장애, 문제는 청각에 있다!
일반적으로 ‘경계선 지능장애(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는 지능지수(IQ) 70~85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내려지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 송승일은 30년 이상 청각 치료를 연구하면서, 경계선 지능장애로 판정받은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확인했다. 바로 ‘과민 청각(Hyperacusis)’이다.
우리는 소리가 너무 안 들리면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소리가 너무 잘 들려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과민 청각을 가진 어린이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소리까지도 지나치게 크게 듣는다. 예를 들어, 밤중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소리, 옆방 시계 초침 소리, 자기 심장 고동 소리 등이 또렷하게 들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소음들이 선생님의 목소리를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학습 환경에서 교사의 설명이 흐리게 들린다면, 과연 이들이 학습 부진을 겪는 것이 지능 때문일까?
책은 웩슬러 지능검사(WISC)의 맹점도 짚어본다. 일반적으로 지능검사는 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말소리가 정확히 들리지 않는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 된다. 청각적 혼란을 겪는 어린이가 웩슬러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경계선 지능장애가 실제로는 청각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치료 가능한 영역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해결책으로 ‘베라르치료(Bérard Method)’를 소개한다. 베라르치료는 청각 필터링 능력을 개선하는(AIT, Auditory Integration Training) 방식으로, 1994년부터 저자가 연구·적용해 온 방법이다. 이는 특정 주파수 대역을 조절하여 귀가 불필요한 소리에 덜 민감해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실제 사례 소개 역시 이 책의 강점이다. 책에서는 베라르치료를 받은 후 학교 적응력이 향상된 어린이들, 학습능력이 개선된 사례 등을 통해 부모와 교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지능이 낮다’라고 단정 짓기 전에, 혹시 아이가 ‘과민 청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경계선 지능장애와 관련된 연구와 임상을 진행하며,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경계선 지능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낙담한 부모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다. 단순한 지능 문제로만 여겨졌던 아이들의 어려움이 사실은 청각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지능’만이 아니라, ‘청각’도 함께 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