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희망을 담은 책” _정재승
“이 책은 냉소주의를 깨부순다” _김겨울
“냉소주의자는 똑똑하고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변화는 냉소주의와 희망의 편견을 밝히는 데에서 시작된다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일반적으로 타인의 이야기 중 틀린 점이 있으면 곧바로 이를 지적하며 비웃고 거짓말을 잘 밝혀내며 사회 문제나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자기 판단이 뚜렷하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아주 크나큰 오해다. 냉소주의자는 똑똑하지 않으며 그 어떠한 증거가 없는 상태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밝히는 일도 하지 못한다.
고대 냉소주의의 원형을 찾아보면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꽤나 다르다. 2300년 전 그리스에서 태어난 디오게네스라는 인물에서 냉소주의의 본모습을 엿볼 수 있다. 디오게네스는 아테네 거리를 전전하며 살았는데 품위를 중요시하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을 즐겼다. 그는 비꼬기를 좋아했고 무례하기도 했지만 거짓말을 아주 싫어했다. 법과 계급으로 인해 바른 삶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이 디오게네스의 행동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를 따르게 되면서 삶의 본질을 건드리는 냉소주의가 탄생했다.
사회의 병폐와 싸우기 위해 빅 씨 냉소론자는 의미 있게 품고 살아갈 규칙을 정했다. 규칙의 첫 번째 요소는 아우타르케이아, 즉 자족이었다. 냉소론자는 관습, 돈, 지위를 무시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했다. 두 번째 요소는 코스모폴리테스, 즉 세계주의였다. 냉소론자는 정체성 정치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남보다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다고 봤다. 디오게네스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나는 세계 시민이다”라고 답했다. 처방의 세 번째 요소는 필란트로피아, 즉 인류애였다. 냉소론자는 소위 전문가들이 칭하는 ‘전도 열정’을 가지고 고통에 대응하면서 타인을 도왔다. “동료의 안위를 염려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냉소주의의 기본이었다”고 디오게네스는 적었다. (36쪽)
타인을 위하는 것을 기반으로 했던 냉소주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로 변질됐다.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정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믿음이나 희망도 갖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타인을 믿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희망을 품고 있으며 남을 신뢰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설명한다. 신뢰 게임이라고도 하는 이 실험은 각 참가자가 투자자와 수탁자가 되어 진행하는데, 투자자가 수탁자를 얼마만큼 믿느냐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익이 달라진다. 실험 결과 수탁자를 믿고 큰 금액을 맡긴 투자자는 투자금의 80퍼센트 정도를 돌려받으면서 이익을 얻었고, 수탁자를 믿지 못한 투자자는 절반도 돌려받지 못하면서 손해만 봤다.
신뢰 게임에 참여한 냉소주의자들은 딱 그만큼의 돈을 잃은 것이지만 이들은 현실에서 사람과 공동체라는 더욱 중요한 자원을 잃게 된다. 반대로 희망을 품고 상대를 믿은 사람들은 돈뿐만 아니라 타인의 신뢰와 공동체 결속이라는 이득을 얻는다.
신뢰도가 높은 공동체는 많은 면에서 신뢰도가 낮은 공동체를 앞질렀다. 신뢰도가 높은 공동체 구성원은 더 행복하다. 행복도 측면에서 볼 때, 신뢰도가 높은 단체에서 살아가는 것은 보수가 40퍼센트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남과의 차이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자선 단체에 기부도 많이 하고 공동체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적다. 이들은 상거래를 효율적으로 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이어서 통상 번영에 이바지한다. 경제학자들은 한때 41개 국가의 신뢰 수준을 측정하고 그 이후 수년에 걸쳐 국내 총생산을 비교해봤다. 신뢰도가 높은 나라는 국고가 증가한 반면 신뢰도가 낮은 나라의 부는 정체되거나 하락됐다. (43~44쪽)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인을 의심하고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냉소주의자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명예와 지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데, 이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자신의 아주 깊은 가치를 찾아야 한다. 사회적 기술, 대인관계, 창의성, 유머 등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확인한 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사건을 간략히 적어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사회가 조금 덜 끔찍하게 여겨지고 타인에 대한 믿음이 자라나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이 과정에서 냉소주의가 수그러들고 그 안에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희망찬 회의론자》는 협동이 만들어내는 신뢰 문화와 부정적 일반화를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의심하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가게끔 도와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례와 더불어 희망찬 회의주의로 나아가는 또 다른 연습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실험하면서 증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연습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친구나 동료에게 작은 부탁하기, 같은 사건을 긍정적으로 다룬 뉴스 찾아보기, 아주 작은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기 등 타인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명확한 증거를 통해 확인만 해도 현대의 냉소주의는 그 원형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고 더 나아가 희망찬 회의주의자의 길로 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희망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실용적인 기술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거를 찾아 대가 없이 믿는 이들이 만드는 세상
《희망찬 회의론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야기를 통해 기업 내에서도 희망찬 회의주의가 어떻게 협업과 서로의 신뢰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준다. 직원들의 협업과 복지가 뛰어난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CEO가 됐을 때만 해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상급자과 그의 상급자의 허락을 거치는 쓸모없는 과정이 많았고 진급과 퇴출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해당 분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해고하는 정책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잘리지 않기 위해 협동과 신뢰보다는 개인주의와 불신을 선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은 바닥을 쳤고 유능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일이 잦았다. 사티아 나델라는 직원들 간의 경쟁 문화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바로 개인의 실적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얼마만큼 도왔는지 평가하는 것이었다. 또한 대규모 해커톤(마라톤처럼 주어진 시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마라톤을 의미한다)을 통해 팀끼리 협업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임원들은 직원들이 더 긴밀하게 협조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공간을 내줬고 직원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90퍼센트 이상이 그들의 관리자를 신뢰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한 대규모 해커톤을 통해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거행하는 성과를 이뤘다. 회사가 직원을 먼저 신뢰하자 직원들도 회사를 믿으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나델라는 심지어 다른 회사도 호모 콜라보라투스처럼 대했다. 그는 업계의 중요한 행사에서 몇 년 전이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행동을 보여줬다. 무대 위로 올라간 나델라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아이폰을 꺼냈다. 오피스와 아웃룩을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처음으로 깔린 아이폰이었다. 나델라는 모바일 기술 경쟁을 인정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두 회사 모두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반자 관계는 제로섬 게임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안팎에서 파이를 키울 기회를 노렸고 공조 본능을 두드렸다. / (……) 팬데믹 초기, 호건은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육아 문제, 질병 등 걱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투쟁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근무 유연성과 지원이 필요했다. 마이크로포스트는 장기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정신 건강 혜택을 확장하고 육아 휴가를 12주 추가했다. (……)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90퍼센트 이상은 그들의 관리자를 신뢰했고 그에 호건은 2021년, 최고의 인사 책임자로 선정됐다. (213~214쪽)
저자는 또한 자신의 조교수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 명의 희망찬 회의주의가 집단 자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한다. 오랜 기간의 공부 끝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조교수 자리를 받았을 때 그는 심한 압박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여야 했고 제대로 된 성과가 있어야 종신 교수직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안과 초조에 둘러싸여 살아 숨 쉬는 냉소주의자 그 자체가 된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뽑은 연구원들을 닦달하고 보채기 바빴다. 그들이 뭘 하든 부족해 보였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목소리를 높이기 바빴다.
이런 그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 것은 한 명의 연구원이었는데, 사실 그를 낙관주의자로 혹은 회의주의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그저 함께 일하는 환경이 너무 힘들고 이 상태가 바뀌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실한 고백은 저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감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친절을 베푸는 대신 냉소주의를 퍼뜨렸고, 그들의 마음을 살펴보지 못했다는 충격과 더불어 수치심이 전신을 지배했다. 저자는 당장 실험실 운영 방식을 바꿨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뽑은 사람들이기에 있는 그대로 보고 믿기로 했다. 나서서 지도하려 들지 않았고 그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도왔다. 실험실 운영에 관한 매뉴얼도 연구원들과 함께 만들고 검토했다. 그러자 단 한 명의 지도자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이 실험실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심어졌다. 호통이 소통과 인내, 그리고 신뢰로 바뀌면서 실험실 분위기는 물론 새롭고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반냉소주의는 어떤 지도자라도 배울 수 있으며 얼마 안 가 좋은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팬데믹 첫 2년 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대퇴사 시대를 맞아 직장을 떠났고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은 자리만 유지한 채 본인들의 임무를 회피하면서 “남몰래 일하지 않았다.” 회사 지도자는 이런 세태에 화가 나고 혼란스럽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충성심을 벗어던지라’는 캠페인은 수십 년 전 직원을 의심하고 착취하는 경영진으로 인해 시작됐다. 대퇴사는 직원들의 불만이 오랜 시간 축적되다 뒤늦게 발현된 현상일 뿐이다. / 신뢰 문화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불평등 해소 및 직업 안정성 회복 같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지만 이런 변화와 함께 심리적 개편, 즉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덜 가진 사람을 좀 더 믿어주는 풍조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221쪽)
마이크로소프트와 저자의 연구실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믿음과 신뢰가 만드는 협동의 힘이다. 한쪽이 상대를 먼저 믿기 시작하자 부정성 편향의 고정관념이 허물어졌고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냉소주의는 양극화의 오류와 편견에 따른 부정성 편향에서 발생한다. 부와 권력을 가진 계층과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와 거기에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과 그 가르침을 받는 학생 등 입장과 지위에 따라 서로에 대한 인식은 천지차이다. 잘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빌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회사는 노동자에게 조금 더 후한 복지를 제공하면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선생은 학생을 다그치지 않으면 나쁜 길로 빠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증거 없는 확신이다.
저자는 개인에, 나아가 집단에 만연한 냉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인간 본질의 선함과 그것을 믿는 희망에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한다. 《희망찬 회의론자》는 사람들이 이기심보다 동정심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점, 돈을 기부할 때면 초콜릿을 먹을 때와 비슷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점, 힘든 사람을 도우면 스스로가 더 위안받는다는 점을 각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서 개인이 가진 선함과 타인에게도 선함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힘임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