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오락과 재미, 그리고 대리만족을 주었던 명랑만화
명랑만화란 무엇일까? 인물을 2~4등신의 형태로 간략하게 표현한 그림체를 통해서 일상과 상상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유머, 개그, 감동, 재미 등을 주는 어린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한 만화로, 고전, 개그, 역사, 순정, SF,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1960년대 김경언의 〈의사 까불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창작된 명랑만화는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꿈을 심어주었으며, 한국전쟁으로 상처받고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1970~80년대 《보물섬》《어깨동무》《소년중앙》등 다양한 어린이 만화잡지들이 창간되면서, 길창덕, 신문수, 이정문, 박수동, 윤승운, 신문수, 김수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랑만화작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 명랑만화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랑만화 캐릭터들이 있었다. 1990년대 일본만화들의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만화잡지에 연재되면서 명랑만화가 쇠퇴의 길을 걷다가, 2010년대에 개그와 병맛 코드가 담긴 새로운 웹툰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명랑만화가의 발자취를 찾는 즐거움
이 책의 만화작가는 어느 고요한 겨울밤에 명랑만화가 윤승운 선생님의 구술채록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1970~1980년대 파란만장한 시절을 살았던 명랑만화가 선생님의 치열했던 삶과 작품세계에 새삼 공감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다가, 문득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윤승운 명랑만화가를 비롯하여, 이 당시 다양한 어린이 만화잡지에서 주름잡았던, 모든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명랑만화작가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우리에게 희망과 꿈, 위안과 재미를 주었던 한국 명랑만화가들의 삶과 작품은 글이 아닌 만화로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재미나지 않을까. 만화작가로서 저자는 지금 자신이 만화가 된 계기를 만들어준 명랑만화가 선생님들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쁘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시절, 이전의 만화가 선배들은 나름대로 내려오던 명랑만화 서사방식의 고정관념적 규칙과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윤승운, 길창덕, 신문수, 박수동, 이정문, 윤준환, 김수정, 손상헌 등…. 이 당시 젊은 명랑만화가들은 자신의 선배들이 표현했던 보수적이고 점잖으며 밋밋했던 패턴을 일시에 무너뜨리며, 개성 있고 파격적인 표현방법으로 어린이 만화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명랑만화사를 관통하는 귀한 여덟 명의 명랑만화가가 걸어온 길을 잔잔하면서 재미나게 그려냈는데, 한국만화사에서도 귀한 보물이며 선배 만화가들의 열정과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명랑만화와 명랑만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이 책은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대에, 우리에게 유머와 위트, 오락과 재미를 주었던 명랑만화를 추억하고 기억해보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아울러 여덟 명의 명랑만화가들의 모습과 그 당시 유명했던 명랑만화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묘사한 만화작가인 저자의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나다.
아기공룡 둘리는 공룡이 아닐 뻔 했다고?
그 유명한 명랑만화 캐릭터들은 어떻게 탄생되었나?
명랑만화가 길창덕은 1966년 《소년한국일보》에 〈재동이〉를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려지게 되었다. 원래 재동이 캐릭터의 이름은 메뚜기였지만, ‘똑똑한 아이’라는 뜻을 가진 재동이로 선택되었다. 만화 〈재동이〉는 14년 동안 4,726회나 연재되었으며, 그뒤를 이은 만화 캐릭터가 그 유명한 꺼벙이다. 반쯤 졸린 눈에 머리에 동전만 한 부스러기 자국이 있는 꺼벙이는 명랑만화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았으며, 1970년대 명랑만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두심이 표류기〉 〈요철발명왕〉 〈꼴찌와 한심이〉 등을 그린 명랑만화가 윤승운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는 꼴찌와 한심이다. 말썽꾸러기 꼴찌와 한심이 캐릭터의 탄생은 윤승운 만화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목욕탕에서 만난 두 명의 장난꾸러기 꼬마들이 목욕탕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자, 이 아이들을 소재로 캐릭터를 만들고, 만화의 이야기를 잡았다.
그럼, 신문수 만화가의 〈도깨비 감투〉와 우리나라 최초의 SF 명랑만화 〈로봇 찌빠〉가 탄생한 게 배경은 무엇일까? 포복절도할 만큼 성적 유머가 가득 담긴 박수동 만화가의 〈고인돌〉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박수동 만화가는 그림을 성냥을 그렸다는데, 과연 어떻게 성냥을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로봇만화의 진수 〈캉타우〉를 그린 이정문 만화가는 유명한 캐릭터 심술통을 창조했는데, 심술통의 원래 이름은 심술턱이었다. 그럼 왜 갑자기 심술턱에서 심술통으로 캐릭터 이름이 바뀌었을까? 〈오달자의 봄〉과 〈아기공룡 둘리〉로 유명한 김수정 만화가는 원래 둘리를 공룡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는데, 공룡 둘리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