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에서 만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상상력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우리는 미술이 주는 조형과 전형적인 인식의 틀을 깨는 낯선 질문,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다채로운 표현에 흠뻑 빠져든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미술사를 공부하거나 작가의 삶과 작품이 만들어진 당대 사회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품 속에서 내 삶을 뒤흔들고 일깨우는 질문을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을 얻곤 한다.
공주형 작가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술관 인권 수업≫을 통해 미술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담긴 사회상을 인권의 눈으로 톺아보며, 현재 나의 삶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흥미로운 인문학적 감상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상상력을 키워 보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응시하며 작품에 담아낸 세계를 누비며 인간의 존엄, 자유와 평등, 연대의 역사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서 현대의 퍼포먼스까지 망라한 다양한 작품 속 메시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술관 인권 수업≫에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 〈쓰러진 전사〉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의 〈비너스〉, 1930년대의 광고 사진, 뱅크시의 벽화와 배영환 작가의 공공미술,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오페라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미술 작품이 실려 있다. 풍부한 도판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며 공주형 작가의 안내를 따라 작품 속에 담긴 사회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인권의 개념이 성숙되기 전,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에서부터 작가의 날카로운 비평적 시선으로 사회의 모순을 파헤쳐 고발한 작품,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한 통찰, 생을 바친 비명 같은 요구가 담긴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인류가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인권이 더욱 보장되고 확장되기 위한 투쟁 속에서 작가들은 예술로서 어떻게 길을 제시하고, 사회에 상상력을 불어 넣었는지, 그 흥미로운 이야기와 작품도 책 속에서 만나 보자.
더 나은 삶, 더 살 만한 사회를 향한 자신만의 그림
온전히 인정받는 존엄한 인간으로, 자유를 실현하고 보장하는 인간으로, 세상의 기울기에 미끄러지지 않고, 더 수평하게 만드는 실천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배우고, 모색하며, 활동에 나선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상상력이다. 더 나은 삶, 더 살 만한 사회를 그려 볼 수 있어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 성을 따라야 했던 관행을 거부한 화가 베리트 모리조의 삶, 작고 약하고 억울한 목소리, 분노와 슬픔의 얼굴을 판화의 주인공으로 세운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스스로 존엄을 지키고, 타인의 존엄을 나의 존엄처럼 존중하는 태도가 인권의 기본임을 일깨운다.
연약한 여성을 전복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와 남성 영웅상의 형상을 벗어 던진 오쉬그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작품에서 편견으로 가득 찬 성역할의 허상을 깬 작가의 빛나는 선견을 만날 수 있다.
찰스 에버츠의 〈마천루의 점심〉 속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에드워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 속 노동자의 위태로운 노동 세계를 직면하고, 루크 필즈의 〈노숙인 임시 수용소 입소를 기다리는 지원자들〉에서 주거가 확보되지 않은 삶의 불안정성을 마주하면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가 하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연대와 실천의 작품 요셉 보이스의 〈7,000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의 발상에 영감을 받고, 그 프로젝트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완성했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 더 대담한 프로젝트를 상상할 수도 있다.
나의 인권은 타인의 인권은 지킬 때 비로소 보장된다. 인간다운 삶, 그리고 이것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를 향한 상상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청소년 시기, 예술을 통한 인권 감수성 교육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꼭 필요한 성찰을 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술관 인권 수업≫이 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중물이 되리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