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뭐예요?” 최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성격 유형 검사인 MBTI를 통해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여 배려하고 존중하겠다는 의미지요. 그중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F와 T의 차이입니다. 흔히 F는 감성적, T는 이성적이라고 불리곤 합니다.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에는 T에 가까운 인물과 F에 가까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자이젠은 이성적인 T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보다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우선이지요. 때로는 자신이 ‘사실’을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반면 포요는 감성적인 F에 가까운 인물이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포요는 자신을 밀어내는 자이젠에게 몇 번이나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로봇 ‘무’도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처럼 기르지요. 이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납니다. 친구란 서로의 부족한 점을 감싸 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서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눕니다.
아니, 이건 로봇이야. 기계라고. 죽는다니, 무슨 소리야?
살아 있는 게 아니잖아. 전원을 꺼도 다시 켜서 작동시키면 될 뿐이야.”
두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절대 따뜻한 시선이 아니었다.
- 본문 51쪽
이 책은 사람을 돕는 일반적인 로봇이 아닌, 사람이 키워야 하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바로 세 친구를 이어 준 건 의문의 로봇 ‘무’입니다. 포요와 테츠가 우연히 길가에서 ‘무’를 줍게 되고, 로봇을 몰래 키우기 위해 과학 영재 자이젠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지요. 갓난아기처럼 세 시간마다 안아 줘야 하고, 처음부터 뭐든지 잘하는 게 아니라 아이처럼 할 수 있는 게 하나하나 늘어가는 로봇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로봇에 대해 기발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지요. 또 세 사람이 어른들 몰래 로봇을 키워 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로봇 제조사 직원들과 우메다역에서 로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벌이는 추격 장면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몰입감이 넘칩니다.
이럴 땐, 할머니가 직접 전수해 주신 마법의 문장이 딱이야.”
포요가 무의 양쪽 어깨에 손을 얹고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행동은 상대방에게도 하지 않는다.’ 알겠지?”
- 본문 116쪽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 하는 자이젠, 반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포요, 말을 못 하는 데다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테츠. 세 아이는 각자 결핍이 있습니다. 각자 슬픔을 간직한 세 아이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로봇을 매개로 연대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친구와 고민을 나누며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깨닫지요.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기서 내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지 않으면, 나는 비겁한 사람이 된다.
눈을 감고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드디어 가슴에 쌓인 쓰린 감정을 털어놓았다.
- 본문 234쪽
성격에는 장점과 단점은 있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강점이 되기도 하고,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서로 배려하고 연대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당연해진 현대 사회에서 《학교에서 로봇 키운 건 비밀이야!》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의 중요함을 알아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