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2021년 첫 시집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가 있고』에 이어 두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셨는데요, 두번째 시집을 내는 기분은 첫 시집과 다른지, 아니면 다르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듯이 저는 시를 씁니다. 혼자 먹는 식사니 특별히 신경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은 예상보다 근사한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욕심이 나죠. 다음날은 좀더 공을 들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식당을 차려도 되겠다 싶은 겁니다. 간판에 불이 들어오면 모르는 분들이 찾아옵니다. 저는 조리실 뒤편에서 슬쩍슬쩍 손님 표정을 살핍니다. 편하게 즐기시고, 돌아가신 뒤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찾아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Q2. 원고를 보내주실 때부터 시집의 제목은 ‘우리의 파안’이었는데요, 제목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어요. 시집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목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없었지만, 사실 다른 제목은 염두하지 않았습니다(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 말이네요. 둘 사이에 간극을 설명하려면 좀더 긴 글이 필요할 듯합니다). ‘파안(破顔)’이라는 단어에는 내 위선과 가식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파안’이라는 제목을 활용해 혹시라도 내가 ‘공동정범’이란 개념 안으로 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부끄러움마저 표제로 못 박아 스스로 부정할 수 없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Q3. 이건 시 외적인 질문이면서 내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시인님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파시즘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가 믿는 게 오직 진실이라는 확증편향과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차 있다는 인지부조화가 공동체의 집단동조심리와 결합하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언어에 대한 불신, 혹은 불확실성에 대한 회의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두 생각은 하나로 모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멀어 가늠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그 범위를 봅니다. 극단에 있던 생각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동시에 하나라고 믿었던 생각이 극단으로 멀어지기도 합니다. 결합과 분열, 수축과 확장. 그 변화의 주기를 줄이면 그것은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서 순수한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4. 각 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궁금한데요, 표제작인 「우리의 파안」 외에 쓰실 때가 특별히 기억에 남은, 또는 이후에 각별한 마음을 품게 된 시가 있을까요?
마지막에 추가한 「동파肉」이란 시가 마음에 남습니다. 이연복의 목란에서 동파육을 먹었을 때, 첫 점에 황홀했고, 두 점에 충만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젓가락이 가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처음으로 동파육이란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기억은 왜곡되고, 감정은 흐려지기 마련이지만 저는 기억을 믿고, 느꼈던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그 안에서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학은 탄생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칼끝은 작가를 향합니다.
Q5. 마지막으로 시인님의 두번째 시집을 읽을 독자분들게 인사말이나 당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연히 지난 사진을 보면 얼굴이 달라 보인 적이 있지요. 살이 찐 건지, 늙은 건지. 내가 알던 사람은 맞는데. 그때는 젊었구나, 혹은 지금이 더 낫네,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첫 시집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조만간 두 권을 놓고 처음부터 읽어보면 지난 노래를 듣듯 뭉클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