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원 출신 교육학박사와 한국은행 출신 콘텐츠 기획자가 함께 쓴,
교육의 바이블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
100여 개의 그림과 함께 사교육 공화국의 민낯을 샅샅이 파헤쳐
‘사교육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전문가들이 서점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신의 교육전문가 박경인 박사와 17년간 근무한 한국은행을 그만두고 콘텐츠 기획자로 변신한 권준모 크리에이티브탱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저자들의 경력만큼이나 책의 제목도 이색적이다.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 이 책은 교육이 주식투자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교육에도 모름지기 투자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으로 시작한다. 100여 개의 그래프를 비롯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교육 공화국의 민낯을 샅샅이 파헤치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서울 강남구 역삼·도곡동 지역의 학생은 대학 입학 전까지 3억 5천만 원의 사교육비를 쓴다고 한다. 사교육의 메카인 대치동에만 서울 강남구의 절반인 1,600여 개의 학원이 있으며, 한 과목의 학원 수강료가 월 300만 원대에 달하기도 한다. 1인당 사교육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함에도 학업성취도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유치원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영어유치원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네 명 중 세 명은 학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입시경쟁은 교육에 대한 ‘묻지마 투자’의 결과
학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지만 정확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운,
교육에 관한 궁금증을 350편 이상의 참고문헌을 통해 속 시원하게 해결
저자들은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과 과도한 입시경쟁이 결국 ‘교육’이라는 종목에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부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남자는 수학을, 여자는 언어를 더 잘할까? IQ가 지능의 전부일까? 영어는 일찍 배울수록 더 잘할까? 사교육을 받으면 수능점수가 올라갈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여기에 답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이지만 정확한 대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는 교육학, 경제학, 심리학, 신경과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350편 이상의 참고문헌을 통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교육에 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예컨대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영어조기교육은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갖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영어학습의 효율이나 한국어 습득 측면을 고려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게 낫다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매달 200만 원의 사교육비를 써도 수능성적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팩트폭력’의 강도가 상상외로 높아서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학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공부에만 ‘올인’해서는 교육의 수익률을 높일 수가 없어
美 석학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에 주목해야
대부분의 사람은 1개 이상의 강점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교육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저자들은 세계적인 교육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제안한 ‘다중지능’ 개념에 주목한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8개의 지능이 존재하며 IQ는 이 중의 일부를 측정할 뿐이다.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는 수학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1개 이상의 강점 지능을 갖고 있으므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야 함을 강조한다. 공부머리가 있든 없든, 모두 공부에만 ‘올인’해서는 다 같이 사교육에만 돈을 펑펑 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관심사에 맞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교육의 수익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고 과열 경쟁이 사라지면서 사회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다중지능을 오래 연구한 전종희 국립강릉원주대학교 교수가 이 책에 대해 내놓은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개개인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이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의 묘미는 책의 마지막 1/3에 집중돼 있어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본격적으로 해결
아인슈타인이 대학입시에서 재수한 사실 등 실존인물 사례도 풍부해
여기에서 끝났다면 이 책은 용두사미였을지 모른다. 학부모들이 정작 관심을 두고 있는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하나도 해결해주지 않았으니까.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의 묘미는 책의 마지막 1/3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들조차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 전해질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을 정도다. 두뇌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방법, 나이와 학습능력 간의 관계, 최적의 외국어 학습법, 자기효능감(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기주도학습의 효과, 학습능률을 높이는 적정 수면시간, 입시전략 수립의 원칙, 시험에 대한 불안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 등 각양각색의 주제에 대해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논리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인슈타인도 대학입시에서 재수했다든지, 사후에 그의 뇌를 170조각을 쪼개어 학자들이 연구했음에도 천재의 비밀을 밝혀지지 않았다든지 등의 깨알 같은 정보도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20여 명의 실존인물 사례를 군데군데 배치함으로써 다소 무거워 보이는 주제에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노력도 엿보인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녀를 곧 학교에 보내야 할 영유아 부모라면 찬찬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