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외국계회사, 경력단절, 어쩌다 분식집
강남역 한복판의 분식집으로 매일 그녀는 출근한다. 주방에선 김밥을 말고, 떡볶이를 끓이고, 온갖 음식 냄새와 왁자지껄한 대화 속에서 그녀도 서빙하고 계산하고 제 할 일을 한다. 벌써 10년도 훌쩍 지난 일이지만, 그녀는 한때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나 갑자기 출산과 양육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다.
아이가 열 살이 되자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아는 분이 분식집을 열어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으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은 한 번도 분식집에서 일해본 적 없는 그녀의 도전기이자 관찰기이다. 처음에는 너무 두려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가 아니라 과연 분식집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일을 가정생활을 병행해서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하나하나 배우며 요식업의 일원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단짠하다. 일 년에 한 번씩 받는 일명 ‘똥꼬검사’, 담배와의 전쟁, 가격 인상의 이유, 전화예절 등 살면서 한 번도 문제 되지 않았던 일들을 만나 고민하고 좌절하고 지혜를 짜낸다.
오늘은 어떤 맛의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분식집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그녀는 매일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강남이라 그런지 외국인과 성형외과 손님이 유독 많이 찾는다. 분식집에서 짜장면을 찾고, 김밥에 찍어 먹게 간장을 요청한다. 환자들은 붓고 싸맨 얼굴로 작은 김밥을 주문하고, 자신이 수술받으러 간 사이에 남편의 식사를 걱정해 음식을 주문한다. 문화도 생각도 입맛도 다르지만 친절과 배려가 오가고 온정을 느낀다.
가게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 갑자기 일어나더니 “조미료”가 어쩌고를 외치던 손님, 서비스로 드린 음료를 반납하고 음식값을 깎아달라는 손님 등을 응대하며 사람을 배우고 나를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이곳 분식집에서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어쩌다’ 글을 쓰기로 하다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의 그녀는 요식업이 천직이라 분식집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분식집은 경력단절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다리도 아프고, 옷도 헤어스타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하는 일, 강남역 분식집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 역할에 맞출 뿐이다. 처음 분식집에서 일했을 때만 해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과 용기로 나날이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어쩌다’ 분식집에서 일하게 되었듯이, ‘어쩌다’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