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인생길에 휴식과 위로를 주는 꽃과 시의 세계
우리에게는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문학작품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시문학 작품이다. 개인 문집과 시집, 시평서라든가 그 외 다양한 기록물에 전하는 선조들의 시문학 유산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빼어난 작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 시’ 이전의 한시(漢詩)에 주목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문으로 쓴 시이니 시대에 뒤진 고리 타분한 유산일 것이라는 편견이나 잘못된 믿음으로 그간 우리의 한시들이 크게 저평가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한시라는 형식의 꺼풀을 벗겨놓고 보면, 위대한 시인들이 남긴 오래된 기록물 가운데는 그냥 버려두기엔 아까운 작품들이 너무도 많다.
그중에서도 숱한 세월을 두고, 수많은 시인과 문인들이 꽃을 노래한 시에는 우리의 삶과 인생이 녹아 있다. 그들은 꽃에 대한 단순한 감상만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네 인생의 회로애락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그들이 산 시대와 환경, 삶의 양식은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지만, 그들이 남긴 시는 우리의 마음에 한결같이 내재하는 문제를 끊임없이 다루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그것은 존재에 관한 물음이다. 궁극적으로는, 인생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일 것이다. 시 속에 담긴 그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거기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꽃은 계절이 지나가며 던져놓는 달력이다. 따로 달력이 없더라도 꽃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산수유가 피면 언제이고, 개나리에 이어 벚꽃이 피면 진달래가 그 모습을 알릴 차례라는 걸 알 수 있듯이 꽃이 피는 순서가 계절의 순서이다. 이처럼 정해진 절기에 꽃이 피므로 꽃을 보면 절기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꽃으로 보는 계절을 화력(花曆)이라 해도 되리라.
바로 그 계절마다 피는 꽃과 더불어 우리의 삶도 늘 함께 해왔으므로 계절과 삶의 기억은 꽃과 분리할 수 없다. 더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꽃으로 노래하였으니 그들이 남긴 꽃시를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몰랐던 것들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우리는 늘 봄을 맞으면 ‘들뜬 화려함과 꿈같은 나날’에 흠뻑 취하여 봄이 어떻게 가는지, 그 짧음을 한탄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반기는 봄꽃들은 어쩌면 고달픈 인생길에 신이 내려주는 은총이자 자연이 주는 최대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