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당당하고 사랑스러웠던 동물들의 생생한 삶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는 제일 힘든 시기에 알 수 있는 법이다
전쟁이 다가오자 영국인들은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안락사를 결정한다. 폭격에 대비해서 자녀를 시골로 보내고, 암막 커튼을 만드는 것처럼 동물을 죽였다. 국가의 명령도 아닌 개별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죽음이 모여 대학살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건 결국 인간이다. 하지만 실제 전쟁 중에 개와 고양이는 숨는 습성 덕분에 인간보다 훨씬 덜 다쳤다.
전쟁 전에 인간과 동물이 맺은 관계의 차이에 따라서 어떤 개는 살았고, 어떤 고양이는 죽임을 당했다.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인간과 동물은 전쟁과 공습을 거치면서 더 단단한 관계가 됐다. 동물-인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그들은 전쟁 중 6년 동안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간과 동물의 음식 구분은 사라졌고, 공간도 함께 나눴으며, 서로가 죽음의 공포를 다독이고, 보호했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감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이 되었다. 이 책은 동물을 전쟁의 중심 무대로 이동시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무거운 주제지만 폭탄이 떨어지는 걸 아는 고양이 이야기처럼 생존자들이 들려주는 안타깝고, 사랑스럽고, 당당하고, 어른스러웠던 전쟁 중의 여러 개, 고양이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