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세계는 때로 이성을 잃은 자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시대의 필독서” _모건 하우절(『돈의 심리학』 저자)
★ ★ ★ ★ ★
“예상치 않은 곳에,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먼저 온 미래에 대한 훌륭한 르포르타주” _장강명(소설가)
“규칙은 무너졌고, 게임은 시작됐다”
모든 질서를 재편한 불안 세력이 등장하다
2025년, 거대한 불확실성이 전 세계를 덮쳤다. 재집권한 트럼프는 ‘친 가상화폐’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가 출시한 자체 밈 코인($TRUMP)은 출시 직후 18,000퍼센트 급등했다가 폭락하여 단 이틀 만에 10조 원 이상의 돈이 증발했다. 밈 코인은 내재적 효용 없이 인터넷 유행을 기반으로 한 가상 자산이다. 단순한 장난에서 출발한 밈 코인이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10여 년간 금융계와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편향되지 않은 시선으로 현장을 취재해온 저자 너새니얼 포퍼가 이와 같은 변화의 ‘근원지’를 찾아 심도 있게 추적한 르포르타주 『분노 세대』가 출간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의 번영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오며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주식 투자가 일종의 대중문화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30 젊은 남성이 주축이 된 레딧의 서브레딧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였다.
언론과 금융계에서는 이 ‘아웃사이더’들을 과소평가했지만, 2021년에 더는 그들을 무시하기 어려운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레딧발 밈 주식 광풍’으로 불리기도 하는 ‘게임스톱(GameStop) 주식 폭등’ 사태였다. 같은 목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실제 주식시장과 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리스크와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게임하듯 투자하며 시장을 뒤흔드는 불안 세력, 이들은 누구인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2030 남성 군단은 어떻게 분노 세대가 되었나?”
월스트리트베츠의 탄생과 게임스톱 사태까지,
돈과 권력, 온라인 문화를 뒤흔든 배후를 파헤치다
『분노 세대』는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커뮤니티의 탄생부터 그들이 유례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결정적 사건인 ‘게임스톱 사태’까지, 사건의 발생 경위와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2021년에 이 사건은 단순히 시장 원리를 잘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의 광기 정도로 해석되었으나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여러 ‘균열’들의 시작점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는 사건으로 본다(장강명).
월스트리트베츠의 회원은 2025년 1월 기준 1,80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남성들은 오늘날 분명한 형체를 가지고 시장에 힘을 내두를 수 있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기성세대를 향한 반항과 기존 관습에 대한 불신을 뚜렷한 목적성을 띤 ‘분노’로 표출하는 이들 세대는 이제 정치·경제·문화를 뒤흔들며 새로운 권력을 견인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젊은 남성들은 진보적 시민운동과 PC(Politically Correct)주의가 세를 넓혀감에 따라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집단의 권리 또한 강화된 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사회적 입지가 줄어든 자신들의 ‘이익’은 그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하기보다는 서로를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았고,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협력과 감성 지능을 우선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공격성과 경쟁심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남성성’이 외면 받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밈과 혐오를 무기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할 수 있었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유명해졌으며, ‘욜로(YOLO, 도박과 같은 무모한 투자)’할수록 박수갈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인터넷의 변두리에서 점차 글로벌 금융시장과 정치 판도를 뒤흔들 세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 세력이 된 ‘광기의 투자자들’
게임스톱 사태가 열어젖힌 새로운 세계
게임스톱 사건은 2021년 초 미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 회사 게임스톱의 주가가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행동으로 폭등한 사건이다. 월스트리트베츠의 개인 투자자들은 거대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맞서기 위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트윗을 올려 상황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게임스톱 공매도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일부는 파산 위기에 처하는 등 시장이 쑥대밭이 된 사건이었다.
저자는 미친 듯이 날뛰는 주가 그래프 뒤에 있는 투자자들의 면면에 포커스를 맞추어, 당시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서 무한대로 생성되던 밈과 게시물, 댓글을 수집하고, 혼란한 시장 상황을 적확하게 분석한 자료들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건져올렸다.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눕혔다는 식의 ‘게임스톱 사건’에 대한 세간의 납작한 평가와는 달리,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이 조직적인 매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또는 ‘우리를 얕보는 공매도 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은 월가의 거대 금융 기관들이 폐쇄적이고 복잡한 금융 시스템 구조를 이용하고 정보를 독점하여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우위에 서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게임하듯 쉽고 간편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젊은 개인 투자자를 대거 유입한 주식 거래 전문 앱 ‘로빈후드’도 이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로빈후드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의 관행에 따라 이용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성장만을 쫓는 행태를 보였다.
“우리는 잘못된 투자로 손실이 나도 우리를 구제해줄 억만장자가 없습니다. TV에 나가서 수백만 명을 조종해 우리 편에 서서 투자하도록 만들 수도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처럼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면,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340쪽)
이미 2008년 금융위기로 금융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젊은 세대들은 기존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투자 방식을 따랐다. 한방을 노리는 ‘욜로’ 투자나, 도태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반영된 ‘포모’ 현상이 급격히 늘었고, 기존 투자 규칙을 깡그리 무시한 위험하고 무모한 거래가 횡행했다. 젊은 투자자들은 금융 전문가가 아닌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투자 정보를 얻었고 이는 곧장 걷잡을 수 없는 밈 주식과 밈 코인 광풍을 불러왔다.
게임스톱 사건은 과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례없는 불안 세력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한 사건이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인터넷 군중이 자신들의 힘을 생생하게 체험한 사건이기도 했다. 돈과 권력을 손에 쥔 ‘트롤’들은 규칙을 깨고 상식을 뒤집으며 세계를 거대한 혼돈 속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밈과 트롤링의 시대, 권력을 재정의하다
뒤집힌 정치,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
폭주하는 밈과 트롤링(trolling)이 기존의 것들을 우습게 만들고 모조리 파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온라인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표로 상정되는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다. 트럼프의 대선 운동은 남초 커뮤니티가 부흥하는 데 가장 큰 촉매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한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유일하게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고의적인 발언으로 이목을 끌고, 사람들이 불쾌감을 표시하면 농담이라며 상황을 휘둘렀다. 그의 지지자들이 레딧에 본거지를 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트럼프는 wsb(월스트리트베츠)의 정체성을 실제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대변한다.
wsb 회원들은 운영진을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 같은 짓만 하니까
모든 것이 단순히 사람들을 엿 먹이려고 신중하게 계획된 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이걸 트럼프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 (92쪽)
일론 머스크 역시 남초 커뮤니티의 영웅이었다. 불우하게 자라오며 세상에 깊은 반발심과 분노를 품은 머스크는 자신의 존재를 강력하게 증명하는 방식으로 표출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트위터(현 ‘X’)를 인수한 것은 트롤링 문화를 보여주는 가장 노골적인 사례였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트위터를 인수했다. 인터넷 군단은 이와 같은 머스크에게 열광했다.
이 모든 혼란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5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불만을 가진 젊은 남성들이 서부지법을 폭력적으로 난입한 사태에 대해 여러 연구자들이 ‘같은 공동체에 충성하고 자기 존재를 과시하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했다.
2024년 5월, 게임스톱을 이끌었던 대장 개미 ‘키스 길’이 3년 만에 복귀했다는 소식에 게임스톱 주가가 즉각 136퍼센트 폭등했다. 모든 것은 현재 진행형이며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통제 불능의 혼란으로 향해 가는 세계에서 이 책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 주소를 분석하며 그 너머의 길을 안내한다. 분노 세대와 함께하지 않는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