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콘텐츠가 만드는 예술과 멋,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도쿄, 파리, 런던부터 서울의 을지로, 경리단길, 망원동… 장소는 새로움을 탄생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며 이야기를 만든다. 각 도시마다 깊숙이 배인 감각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뉴욕 같은 세계적 대도시를 선망하는 이들이 많다. 대중매체나 SNS로 도시를 소비하거나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짧게 스쳐 지나간 경험과 단상으로는 그 도시만의 고유하고 깊은 감각을 읽어내기란 힘들다. 그래서 오랜 시간 생활하며 도시의 감각을 진득이 체득한 사람의 시선이 필요하다. 물론 단순히 오래 살았다고 해서 그 도시의 감각을 전부 다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공간을 경험하고 같은 시간을 겪고도 누군가는 특별한 것을 포착해낸다.
이 책은 10년 차 뉴욕 생활자로서 살아본 사람만이 이야기해줄 수 있으며, 15년 차 아트 디렉터로서 말해줄 수 있는 뉴욕의 감도를 전달한다. 저자 박주희는 국내에서 예술 경영을 전공하고 뉴욕에서도 예술 경영과 미술사를 심도 있게 공부했으며 첼시의 갤러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오랜 시간 미감을 쌓아온 저자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의 공기를, 뉴욕 로컬의 삶을 다양한 공간에서 포착해낸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다양한 문화 그리고 예술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유기체이자 인간 정신의 복합적 집합체로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랫동안 생활하며 관찰하고 살핀, 이 책에 담겨 있는 뉴욕을 만들고 성장시킨 사람과 공간 그리고 뉴욕을 지키는 뉴요커의 정신을 읽다 보면 뉴욕만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10년 뉴욕 생활자가 포착한 뉴욕의 문화와 취향 그리고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1장부터 4장까지, 50여 편에 달하는 이야기를 통해 뉴욕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도시의 감각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1장 ‘공간, 사람을 끌어당기는 중력’에서는 뉴욕이라는 풍경을 만드는 곳곳의 장소와 브랜드를 방문한다. 매일 세계 최정상 뮤지컬 공연을 공연하는 거리 브로드웨이에서 막대한 기부금을 써서 선물로 받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덴두르 신전이나 자본가의 컬렉션이 그대로 박물관이 된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등은 자본주의의 선봉에 선 미국에서만 가질 수 있는, 돈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뉴욕의 풍경이다. 2장 ‘예술,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아름다움’에서는 뉴욕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둘러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뉴욕 현대미술관 외에도 곳곳에 예술 공간이 가득한 이 도시는 뉴요커들이 그림을 쉽게 접하고 감각과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며 뉴욕을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다.
3장 ‘문화, 다채로운 이야기 가득한 뉴요커의 일상’에서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뉴욕을 만들어가는지 살펴본다. 평범한 시민들의 기부 문화로 유지해나가는 센트럴 파크나 오가닉한 삶을 추구하며 농부들과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유니언스퀘어 파머스 마켓 등의 이야기를 통해 뉴요커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4장 ‘맛, 마음까지 열고 닫는 음식의 힘’에서는 뉴욕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피터 루거 스테이크나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부터 이국의 음식을 만드는 중국 요릿집 조스 상하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밥보 등을 소개한다. 다양한 인종, 국적, 종교,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 ‘멜팅 팟’답게 다채로운 음식들이 가득한 곳인 만큼 뉴욕에 새로운 문화와 감각이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브랜드가 된 도시’를 따라 걷다 보면 비로소 삶의 감각과 시야가 확장된다!
뉴욕의 미술관에는 아침부터 갤러리 토크에 참여하는 비즈니스맨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일부러 시간 내어 예술을 공부하는 것은 감각적인 영역에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는 논리적인 영역만으로 더 이상 비즈니스를 리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창조적 마인드와 감각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그래서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각은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공식도 없고 이론도 없어 배우기 힘들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만의 관점을 만들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며“ ”세련되고 예민한 감각을 기르기에 뉴욕만큼 최적의 장소는 없다“라고 말한다.
저자 박주희의 안내에 따라 『뉴욕의 감각』을 읽어내려 가면 확실히 뉴욕의 감각 자본은 한국이나 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고, 빠르면서도 느리며, 거칠지만 예민한 뉴욕의 공기를 맡으면 왜 뉴욕이 이렇게 감각적이고 세련된,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의 감각』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 디자인을 다루는 일, 브랜딩을 고민하는 일, 파는 감각이 필요한 마케터의 일 등과 관련해 자기만의 취향과 감각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