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발체
#1 - 김정아 시인의 작품들은 대부분 서사와 서정이 결합하여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자연스럽게 서사에 경도된 작품은 시가 좀 길게 마련인데, 간결한 작품에서도 서사적 완결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 넣으시라
드린 푼돈
부처님 앞에
꽃향으로 피우시고
보내온 문자
‘성불하세요’
가볍게 드린 것을
무겁게 받으시어
남기신 큰 화두
- 「화두」 전문
간결하게 4연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수필이나 콩트에 담아내면 꽤 길어질 터인데, 생략(省略)이 이루어지고, 몇몇 부분에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비약(飛躍)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2 - 김정아 시인은 작품의 구성에 기승전결을 다용(多用)합니다. 이는 구성의 단단함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창작일 수도 있으며, 혹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미적 구조가 발현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낱낱의 작품에 내적 질서를 다용함은 물론, 동일 제재 ‘꽃무릇’을 노래한 4편의 연작시에서도 동일한 질서를 갖춘 것은 오랜 기간에 형성된 창작 양상으로 보입니다.
#3 - 김정아 시인은 일상에서 시의 씨를 가꿉니다. 오다가다 만나는 꽃에서 서정의 결정체를 찾아내기도 하고, 잠시 잠깐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오롯한 사랑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체험한 부분에서 시의 씨는 더욱 예쁘게 성장하여, 혜량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결실을 거둡니다.
#4 - 김정아 시인은 봄에 피워내는 철쭉꽃이 간혹 가을에 피는 것을 보면서, 만학(晩學)하는 자신과 오버랩(Overlap)을 시킵니다. 가을에 핀 철쭉꽃인데도 보란 듯 당당한 모습이어서 자신도 그에 동조합니다. 만학을 한다고 하여, 그 배움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사용할 데는 없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알아가는 기쁨은 새롭게 마련입니다. 가을에 피는 철쭉꽃은 ‘가을 단풍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피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정서를 이입합니다. 이렇게 생각과 서정의 일치를 이룬 작품에서 우리는 오롯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마련입니다.
〈중간 생략〉
김정아 시인은 유아들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유치원 교사를 역임한 분이니 유아교육 전문가입니다. 부부가 사업체를 잘 운영하고 있으니, 성공한 상공인(商工人)입니다. 그러나 시 창작에 대하여 늦게 배우고 익혀 나가니 이 분야에서는 만학(晩學)일 터입니다. 온 산을 물들이며 봄에 피어야 할 철쭉꽃이 가을 늦게 피어나는 것, 그 또한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일지니, 이러한 노래가 서정시의 매력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