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암흑으로 뒤덮인대도
빛이 사라지기 전에 너를 만나러 갈게
꼭 너의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할게
살아서 펼치고 싶은 그 많던 희망이
더는 사라지지 않도록,
어디서든 빛날 수 있도록
법 영상 분석가이자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인 저자 황민구가 첫 번째 단독 에세이 『천 개의 목격자』 이후로 2년 3개월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황민구는 평소 품어 둔 이야기가 소설로 쓰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머릿속에 잠재워져 있던 시놉시스를 깨웠고, 그렇게 『선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황민구의 첫 소설인 『선희』는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장편 소설 『비혼엔딩』, 쿠팡 플레이 「판타G 스팟」의 극본을 집필한 작가 이도연과 만나 더욱더 깊이 있고 애틋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렇게 두 작가의 정의로운 마음이 투영된 대아가 의문의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뭐라고 했길래 선희가 제 삶에 뿌리를 단단히 박지 못하고,
바람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란 새처럼 날아가 버렸느냐고.
왜 선희가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혼자 표류하도록 그냥 뒀느냐고.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어떤 말을 들었길래
저렇게 허탈한 얼굴을 하고 떨어져 버렸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쏟아지는 원망이 범람한 슬픔에 잠겨 사라졌다.”
어느 날, 대아는 가슴 한 켠에 묻어도 이따금 울컥 치미는 선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잘 살고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선희의 근황을 알게 된 그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듯한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성난 파도가 삼켜 버린 건지, 잽싼 바람이 데리고 가 버린 건지 모를 야속한 제주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박하게 전개된다. 그곳에서 대아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사건을 파헤치며 여러 좌절과 시련을 겪지만, 선희를 꼭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걸어 나간다.
“난 이제 더 이상 반짝거리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색채가 없고 생명력이 없다.
가족들은 여전히 내게 기대한다.
잘 살아야 한다고. 행복해야 한다고. 예전처럼 반짝이라고.
그런데 난… 그런 기대보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싸늘한 법정에서 따스한 희망을 찾는 일은 때로 외롭고 씁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등불을 밝혀야 한다. 대아가 포기하지 않고 선희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모든 희생자의 억눌린 슬픔을 풀어 준 것처럼.
두 작가는 『선희』를 빌려 전한다.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아무리 무거운 어둠이라도 빛을 덮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니 세상의 불편한 실상에 맞서 우리는 우리만의 진실을 품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